봉제업·수제화업은 서울 '도심제조업'의 대표 업종으로 역사가 깊다. 소규모 의류공장이 집적돼 있는 창신동 봉제마을의 대다수 공장은 1980년대 전후 서울 동대문 청계천 일대에서 이전해 현재까지 의류 '생산 기능'을 맡아오며 명맥을 잇고 있다. 1960년대 대형 제화업체의 하청업체가 모여들며 형성된 성수동 수제화 거리도 IMF 이후 대량 생산에서 '고급 수제화'로 방향을 틀면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러나 두 업종은 서울의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며, 종사자의 고령화 문제로 '활기'를 잃어갈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8 국내 의류업체 연령별 인력 분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류봉제업 종사자 1만4063명 중 40대 이상 종사자 수는 1만3324명(94%)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창신동 봉제마을과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 업을 이어가려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속속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창신데님연구소에서 론칭한 데님의류브랜드 ’GMH’를 이끌어가는 디자이너 3명은 모두 90년대 출생이다. 이들은 서울시와 봉제산업협회 주관 하에 창신동 봉제 전문가와 함께하는 실무교육으로 진행된 '2018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1기 수료생으로, 창신동 일대 봉제 전문가들의 기술과 작업 현장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GMH 디자이너들은 공장 현장과 다양한 패션 기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을 창신동의 매력이라고 소개한다. GMH의 이현지 디자이너는 "봉제공장도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젊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그에 관한 지식이 없다.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봉제업 종사자 분들도 작업에 필요한 샘플도 내 주시는 등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디자이너도 "패션도 기술인데, 패션 기술 아는 디자이너가 거의 없다"며 "창신동에 와서 교육을 받으면서 청바지 하나를 만들 때도 어떤 기계가 필요한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피에드마리에`의 서명원 대표. [사진 제공 = 서울산업진흥원]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지난 2018년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피에드마리에'를 론칭한 서명원 대표도 밀레니얼 세대다. 품질에 대한 고집으로 성수동에서 일찌감치 자리잡은 수제화 공장 '바쏘(VASSO)'의 서교석 대표 아들인 서명원 대표는 브랜드 론칭을 전후해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에게 몇 달 동안 제작 수업을 받았다. 이후로도 아버지를 비롯한 수제화 업종의 선배들에게 일을 배우고 있다. 서명원 대표는 "수제화 제조업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게 매력"이라고 밝혔다. 현재 피에드마리에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중이다.
한편 SBA(서울산업진흥원)는 지난 1월부터 '서울메이드'라는 같은 이름의
매거진을 발행해 서울 지역의 산업적 변화, 혁신적인 중소기업 소개를 비롯해 서울이 배출한 상품들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메이드 협업 기업을 포함한 혁신 중소기업에 대한 내용은 서울메이드 매거진 최신호 및 서울메이드 홈페이지를 통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