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에게 지급한 고문료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롯데케미칼이 잠실세무서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수는 비상근 고문으로서의 직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태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롯데케미칼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계열사의 일반 임원들이 계열사와의 사이에 위임사무의 범위와 보수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위임계약서를 개별적으로 작성해 온 것과 달리, 원고와 신 회장 간에는 위임계약서나 비상근 고문으로서의 역할이나 업무 범위, 보수 등을 정하는 계약서가 일체 작성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고문이라는 직함 외에 신 회장이 원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보수가 원고가 고문으로 수행한 직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성과 등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나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된 것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 고문으로 있던 2009∼2015년 중 전체 일수의 약 14%만 국내에 머물렀고 스스로도 원고의 사무실에 일체 출근한 적이 없다고 출근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연 1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지급받는 고문에 걸맞는 최소한의 역할도 수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자회사 A사를 흡수합병하면서 A사의 비등기 이사이던 신 회장을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2015년 이사회에서 "고문으로서 실질적 업무를 하지 않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등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신동주 회장을 해임하기 전까지 그에게 고문료를 지급해왔다.
국세청장은 신 회장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약 10억원을 업무와 관련 없이 지급했다고 판단, 2012사업연도 법인세 산정 시 손금불산입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된 과세자료를 2018년 3월 잠실세무서장에게 통보했다.
이에 잠실세무서장은 롯데케미칼에 법인세 및 가산세 30억3030여만원을 증액 경정·고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같은 날 롯데케미칼 측에 소득 종류를 '상여', 소득자를 '신동주', 소득금액을 '10억800원'으로 하는 소득금액 변동을 통지했다.
처분에 불복한 롯데케미칼은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돼 본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사업확대 및 수익증대에 실질적인 역할과 기여를 해왔다"며 "한·일 롯데그룹 전체의 공동이익 추구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등 고문의 직책에 맞는 통상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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