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 관내 초등학생·중학생은 희망하면 전남지역으로 '농촌유학'을 갈 수 있게 된다. 농촌유학은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생태 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소규모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코로나19 시대의 대안교육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7일 전라남도교육청과 농촌유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농촌유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농촌유학은 서울 학생이 일정 기간 흙을 밟을 수 있는 농촌의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마을·학교 안에서 계절 변화, 제철 먹거리, 관계 맺기 등의 경험을 통해 생태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학생 유학비 일부 지원 △학생 모집 △농촌유학 운영 학교 및 농가, 지역센터의 선정·관리·지원 △농촌유학생 모니터링 △기타 유학생 교육 및 생활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농촌유학의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100명 내외의 희망 학생이다. 가족체류형의 경우 공립초 1~3학년까지, 유학생의 형제·자매인 경우 공립초 3학년 학생도 가능하다.
농촌유학의 거주 유형은 △해당 지역의 농가에서 농가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홈스테이형', 가족과 함께 이주하여 생활하는 '가족체류형', 보호자 역할이 가능한 활동가가 있는 지역의 센터에서 생활하는 '지역센터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족체류형의 경우 전라남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농가에서 생활하게 된다.
유학생이 거주하는 농가와 지역센터는 전라남도교육청에서 농촌유학 운영 여부 등을 바탕으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했으며, 지속적인 연수와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유학생들의 안전한 유학 생활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파견한 유학생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학생 생활 전반을 점검하고 확인해 학부모들의 걱정과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과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이 7일 농촌유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남도교육청] |
특히 유학생은 전라남도 관내 유학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그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방과후에는 유학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과 같은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에듀택시(에듀버스)를 이용해 농가나 센터로 귀가한다. 하교 후나 주말, 방학에는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지역 특색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유학생의 학적은 전학으로 처리된다. 학생의 주소지를 농가 및 센터로 이전하여 전학 절차를 밟게 되며 이후 전라남도의 관내 학교 소속 학생으로 편성돼 유학 활동에 관한 지원을 받는다. 서울 주소지의 변동이 없다면 농촌유학 후 서울 원적교로 복귀하게 된다.
유학비는 학생이 농촌에서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1인당 월 80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학생이 농가(센터)에서 생활하는 숙식비·인건비·공과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거주 유형에 따른 지원 금액은 동일하되, 홈스테이형·지역센터형의 경우 학생 생활비 일부를 전라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한다. 가족체류형에도 농가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학비는 유학생의 유학 학교로 우선 지원 후 유학 학교에서 농가(센터)로 연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전남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교당 학생수가 60명 이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해 코로나19 감염위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때문에 매일 등교해 맞춤형 개별학습도 가능했고 이로 인해 코로나시대 전남의 소규모 농촌학교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됐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유학생들의 안전한 농촌살이를 위한 표준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1학년도 농촌유학 추진을 위해 이달 중 학부모 대상 비대면 설명회를 전라남도교육청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2021년 1월 중 농촌유학 희망 신청을 받아 2월 중에는 희망 학생·학부모와 유학 학교와의 첫 만남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학 희망 학생과 학부모는 유학 학교와 농가, 지역센터 등을 돌아보고 운영 프로그램을 확인함으로써 학생의 유학 생활을 사전에 점검하고 농촌유학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향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이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살아가는 농촌살이를 통해 생명이 움트는 감각을 느끼며 생태감수성을 회복하고 생태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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