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번져 나가면서 확산세가 도무지 잡힐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순까지만 해도 100명 안팎을 유지했던 신규 확진자는 중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0명대, 300명대, 400명대, 500명대를 거쳐 600명대까지 치솟은 상태입니다.
방역당국 스스로 현 상황에 대해 "총체적 위기 국면이자 수도권은 이미 코로나19 전시상황"(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가장 큰 위기"(나성웅 중앙방역대책본부 1부본부장)라는 경고성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루 확진자 규모가 하루 900∼1천 명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공개적으로 내놓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정부는 이에 오늘(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했지만 확산세가 워낙 거세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 사흘만에 600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확산세 여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4명입니다.
지난 5일(583명) 이후 사흘 만에 다시 600명 아래로 내려온 것입니다.
6∼7일(631명, 615명) 이틀 연속 600명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통계상 확진자 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일시적으로 검사 건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하루 검사 건수는 1만1천949건으로, 휴일이었던 직전일 1만4천509건보다 2천560건 적습니다. 이는 최근 평상시 평일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주 금요일 검사 건수는 2만3천86건이었습니다.
검사 건수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양성률'은 5%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전날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4.97%(1만1천949명 중 594명)로 집계됐습니다. 100명을 검사하면 5명 가까이 양성 판정을 받는 셈입니다.
이는 주말과 휴일인 그제(6일)와 어제(7일)의 4.39%(1만4천371명 중 631명), 4.24%(1만4천509명 중 615명)보다 높을 뿐 아니라 국내 전체 누적 양성률인 1.20%(322만1천325명 중 3만8천755명)의 4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5% 가까운 양성률은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이후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지난 2월 23일의 6.97%(3천12명 중 210명)입니다.
한편 방대본은 검사 건수 감소에 대해 "최근 감염병 등록시스템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보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별도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어제 데이터 이관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지연 상황이 있었다"면서 "시스템 이관 작업에 따라 시군구 보건소의 검사자 입력 지연으로 검사 수가 평소보다 일부 적게 입력되거나 집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방대본은 다만 "확진자 수는 유선으로 확인 과정을 거친 수치라 누락 등 오류 가능성은 적다"고 부연했습니다.
◇ 감염재생산 지수 등 방역지표도 '빨간불'
방역당국이 방역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유행 정도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1주간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는 11월 둘째 주(11.8∼11.14) 122.4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255.6명, 400.1명, 487.9명 등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왔습니다.
반면, 당국의 방역관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에는 '빨간 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자가격리 상태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방역망 내 관리 분율'은 같은 기간 58.1%에서 45.5%, 41.4%, 42.9% 등으로 낮아졌습니다.
절반 이상이 방역망 밖에서 확진되는 것으로, 이는 당국의 코로나19 통제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확진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 역시 최근 1주일 기준으로 1.23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수치가 1 이하로 떨어져야 유행이 억제되는 것으로 봅니다.
◇ "코로나19 유입 이래 가장 큰 위기…다음 주 매일 900명 이상 환자 발생할 수도"
방역당국은 지금의 확산세가 지속되면 내주에는 매일 1천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성웅 방대본 제1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유행은 일시적·지역적이 아닌 지속적·전국적인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번 주에는 550명에서 750명의 새로운 환자가 매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는 매일 9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일단 거리두기 단계 강화를 통해 방역의 고삐를 한층 더 죈다는 계획입니다.
이날부터 2.5단계로 격상된 수도권에서는 50명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기존의 유흥시설 5종에 더해 노래연습장과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도 문을 닫습니다.
또 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PC방, 이·미용업, 오락실, 놀이공원 등 대부분 일반관리시설은 오후 9시 이후로 영업이 중단됩니다.
2단계가 적용되는 비수도권의 경우 단란주점을 비롯한 유흥시설 5종의 영업이 금지됩니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테이크아웃만 허용되고, 음식점은 저녁까지는 정상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합니다.
이번 조처는 이달 28일까지 3주간 유지되지만, 상황에 따라 기간이 연장되거나 조정될 수 있습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
그는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백신과 치료제가 쓰이기 전까지 우리 모두가 일상과 경제의 위축 속에서 코로나19와 고통스러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3주간 모든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 관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