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정부 방침을 피해 사무실에서 '꼼수' 회식을 진행한다는 회사에 직장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재직 중인 최모씨(24)는 다가오는 연말연시를 맞아 사무실에서 회식을 진행하겠다는 회사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최씨는 "엊그제 기침과 고열 때문에 휴가 낸 사원도 있는데 우리 회사는 그냥 회식할 것 같아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씨가 사무실에서 회식을 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실 9월과 11월에도 회식했어요"라며 "9월 회식 날에는 오후 4시까지 근무한 뒤 술 사 오고 안주시켜서 사무실에 술판을 만들었죠. 이날 사무실에서 회식 2차, 3차까지 했어요. 11월에는 식당가서 회식했고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확진자가 600명이 넘는데 우리 회사는 왜 굳이 회식한다는 걸까요?"라면서 "이번 달 회식은 진짜 안 하고 싶어요"라고 토로했다.
서울시 강남구 소재 회사에서 근무하는 홍모씨(28)는 "정규직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홍씨는 "전 코로나19 시국에 취직했는데 재택 근무도 못 해봤어요. 연말에 회식이 있는데 참석 안 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라며 "이 시국에 잘리지 않으려면 회식 가야죠. 그나마 다행인 건 파티룸 빌려서 한대요"라고 말했다.
홍씨는 "하지만 에어비앤비나 호텔 빌려서 회식하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주변에 이런 식으로 회식한다는 사람들 꽤 많다던데"라며 "이러다 다 같이 확진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라고 심정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0시를 기점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시켰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거리두기는 2단계로 상향된 상태다.
거리두기 2단계부터는 일반 술집과 음식점의 영업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지만 거리두기 2.5단계에서도 회사 재택근무는 '권고사항'에 그친다.
이에 중소기업 등 일반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대해서도 별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또 대규모 모임은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신 4~5명으로 쪼개져 소규모로 회식을 진행하거나 모임을 갖는다.
회식뿐만 아니라 사적 만남도 이같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음식을 사들고 '호캉스(호텔+바캉스)'를 가거나 기타 숙박업소, 에어비앤비, 파티룸 등을 대실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캉스'나 '파티룸' 등을 검색하면 확진자가 폭증한 최근 한 달여간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이들의 사진 수백여개를 볼 수 있다. 게시물에 작성된 내용을 보면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는 대신 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제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연말연시 대면모임, 꼭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소개하면서 "코로나19로 올해 국민 모두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답답함과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몇 번의 큰 위기 1차 대구, 2차 이태원 유행이 있었고 우리는 잘 버텨왔습니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전문가들은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엄격한 방역기준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곳곳에서 생겨나는 확진자는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지금의 한계 수준을 넘어선다면 확진자를 감당할 중환자 병실뿐 아니라 의료자원도 부족해져 결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지난달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 말을 거론했다.
권 부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일상에서 지인들과의 모임, 만남조차 얼마나 줄이고 자제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20년에 모임은 이제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연말연시 모임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말이 참 와닿았다"면서 "우스갯소리로 인터넷상에 퍼져있지만 저는 이 말이 너무 공감가고 많은 분들이 행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국민 여러분, 올해 겨울을 모두가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말연시 대면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주세요. 하루빨리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 가족을 자유롭게 만나며 환자분들을 간호하면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600명을 넘기며 '내주부터 하루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이 틈새를 노린 회식 문화와 사적 모임을 갖는데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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