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못지 않게 확진자로 낙인찍히는 데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는 코로나 방역이 강화돼야 할 시점에서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도 방역에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민 절반은 코로나 이후 일자리에 변동이 있거나 임금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을 발표했다. 통계청은 우리 국민의 생활과 사회의 변화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2008년부터 13년째 사회동향을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 이후 달라진 사회상을 집중 조명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코로나 확산 이후부터 확진되는 두려움보다 확진으로 받게 될 비난과 피해를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코로나에 '확진될까 두렵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8.3%였던 반면 '확진을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입을 것이 두렵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8.3%였다. 이같은 추세는 5월까지 이어졌으며 이 같은 경향은 6월에 와서야 역전됐다.
국민들이 확진자 낙인을 더 두려워한 것은 전반적으로 감염 책임을 환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코로나19 감염 책임에 대한 귀인을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1~6점을 부여해 응답을 산출한 결과 '환자 스스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감염 책임은 환자 자신에게 있다', '감염은 환자 자신의 잘못이다' 등의 질문에 5월 조사 기준 모두 3점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
국민의 44.3%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무리한 방역대책이 결과적으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킨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민의 78.2%는 방역대책이 강화돼야 할 시점이라면 인권보호는 후순위로 미뤄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방역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은 일자리나 임금 등의 경제 문제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8.6%는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을 기회'가 불평등하다고 느꼈으며 32.5%가 '감염 예방을 위한 유연근무 기회'에서 불평등했다고 인식했다. 반면 '감염증을 치료받을 기회'가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국민은 11.2%로 가장 적었다.
일반 국민 중 일자리를 보존했거나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답변은 50.2%에 불과했다. 국민 중 절반이 무급휴가 등 일자리에 변동이 있었거나 코로나 이후 임금이 하락했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이는 하위계층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4월에 수행한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변화 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감소했지만 하위계층(64%)이 중상위 계층(41%)보다 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1분위(소득 하위 20%)와 임시·일용직 계층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및 상용직 계층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소비에서도 차이가 생겼는데, 올해 1분기 기준 1분위 소비는 5.4% 감소한 반면 5분위는 2.1% 감소에 그쳤다. 소득 1분위 및 임시·일용직의 경우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 생필품 소비가 제일 크게 줄었으나 소득 5분위 및 상용직은 교육서비스 소비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때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지만 코로나19 때는 도소매·음식숙박·교육서비스 등 대면 서비스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며 "특히 교육서비스는 통상적으로 위기가 와도 구매력 감소가 극심해지기 전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대세가 된 원격수업의 효과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특히 중·고등학교 교사보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평가가 더 회의적이었는데, 초등학교 교사 중 54.5%는 원격수업 효과가 등교수업의 50%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원격수업의 문제점으로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들 모두 '사회성 및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의 54.5%와 학부모 52.5%는 원격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기도 중고생 및 학부모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터넷 검색과 SNS를 자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국가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편이며, 그에 따라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잘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마스크 쓰기 행태에 있어서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도심과 인접해 있으면서 자연친화적인 근린생활 공간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는 관광객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경우 당장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특별한 노력과 피해자를 감싸안을 수 있는 시민의식의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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