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맞벌이를 하는 A씨는 9세, 7세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내내 재택근무를 하며 가정보육을 했지만 이번주는 출근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공지가 날라왔다. 긴급 돌봄교실은 한 반에 학생수가 20명이 넘는데다 그나마도 오전 시간만 돌봐준다고 해 오후에는 아이가 혼자 있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 수업도 전면 중단돼 긴급 돌봄 말고는 대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 B씨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원격수업 전면 시행으로 긴급돌봄만 실시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부부가 모두 자영업자라 긴급돌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 상황이 두려워 결국 부부가 번갈아 쉬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학부모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확진자 급증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15일부터 전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한 가운데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아이를 긴급 돌봄교실에 맡기기도 불안하고, 안 맡기자니 피로감이 너무 크다는 고민에 빠졌다.
13일 서울시 교육청은 폭발적인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해 서울 관내 중·고등학교 전면 원격수업 전환에 이어 서울 관내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도 15일부터 연말까지 전학년 원격 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긴급돌봄에 준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원격수업 도움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원 돌봄의 경우에도 방과 후 과정 유아 중 가정돌봄이 어려워 돌봄이 꼭 필요한 유아를 위한 돌봄 서비스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방역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학원 수업의 전면 중단으로 긴급 돌봄 밖에 선택지가 없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긴급 돌봄에 몰리면서 한반에 20명 안팎의 학생들의 긴급돌봄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누적으로 총 635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지난 11일 하루 동안에만 서울에서 24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13명이 초등학생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에 발맞춰 학내 밀집도를 3분의 1 이내로 줄인 상황에서도 하루에 10명이 넘는 초등학생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학업 성취도에 대한 걱정도 크다. 이번 전면 원격수업 결정으로 초등학생들의 올해 학교 생활은 개학 연기로 시작해 원격수업으로 마감하게 됐다. 연말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의 75%, 유치원의 79%가 연말까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원격수업의 질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1년치 학교생활이 통째로 날라가면서 아이들의 사회성에 대해서도 불안감도 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경기도 초등학생 학부모 52.5%가 원격수업의 문제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꼽았다. 중학교 학부모 60.5%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터넷 검색, SNS 등을 자주 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초등학교 교사 54.5%가 원격 수업의 효과를 등교수업의 50% 미만으로 평가했는데 '사회성 및 관계 형성을 위한 교육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정된 교육 자원이 맞벌이 가정에 집중되면서 외벌이 가정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재직증명서 등을 통해 맞벌이 가정임이 확인돼야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째 아이가 아파 첫째 아이를 긴급 돌봄에 맡긴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맞벌이 부모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한다. 정부도 긴급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인 외벌이 가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특별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고득관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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