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재개발지역에서 발달장애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초보장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숨진 60살 김모 씨가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어려웠음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라 생계·의료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16일) 경찰과 서초구 등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부터 10년이 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장기 체납자였습니다.
김 씨에게 2005년 뇌출혈 수술 기록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구두소견이 '지병으로 인한 변사'였던 점으로 미뤄 그는 병이 있었음에도 병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36살 최모 씨도 장애인으로 등록돼있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김 씨는 한 달에 25만 원 남짓인 주거급여 외에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는 신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김 씨가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전 남편과 딸에게 연락하기를 극도로 꺼렸기 때문입니다. 김 씨의 부양의무자는 딸이었습니다. 딸은 전 남편과 함께 살고, 김 씨와 왕래가 끊긴 지는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육·주거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기초보장 급여는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동의를 받아 소득조사가 이뤄져야 하므로 급여를 받으려면 그들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됐더라면 김 씨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고 병원에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비극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간 빈곤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간주해왔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중위소득 40% 이하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7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비수급 빈곤층 중에는 부양의무자에게 심리적·물질적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해 급여를 신청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8월 생계급여에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의료급여는 보장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수준에 그쳐 반발을 샀습니다.
손병돈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행 20년을 맞은 기초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뿐"이라며 "동시에 두 급여는 최저생활 보장을 목표로 하는 기초보장제도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실제 빈곤함에도 기초보장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우리 사회의 우선 과제"라며 "노인 등 취약계층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도 "전 남편에게 연락을 원치 않아 생계·의료급여를 포기한 김 씨의 사례는 지난해 인천 계양구에서 사망한 일가족이 겪었던 일과 똑같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