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결정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징계위원장 직무대리)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징계위원),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을 맡은 정완규 변호사가 지난 2005년~2006년에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대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개추위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권한을 줄이고 형사소송의 중심을 법정으로 옮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 교수와 이 차관, 정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때 추진됐던 사개추위에서 각각 변호사와 사법부, 검찰을 대표해 논리를 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제도와 법령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검찰개혁의 뜻을 강조하며 윤 총장에 징계를 청구했고, 징계위는 16일 새벽 지난 윤 총장에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의했다. 15년 전 검찰의 권한을 두고 다퉜던 이들이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찰 개혁을 두고 대립한 셈이다.
판사 출신인 이 차관은 2005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판사로 각각 근무하며 사개추위에서 사법부의 논리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이 차관과 함께 200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며 사개추위에 참여했던 인물은 이광범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다. 그가 이끄는 LKB파트너스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핵심 인물들의 변호를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이 차관이 지난 2013년 2월 사법연수원 교수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으며 대표변호사로 합류한 곳이기도 하다.
반면 이 변호사는 당시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며 검찰 측 논리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도 '이론가'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다만 검찰 주류와는 일부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역시 재야 변호사로서 사개추위 기획연구팀에 참여했다. 그는 천기흥 당시 대한변협회장이 사개추위의 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자, 오히려 사법제도개혁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현 정권에서 사개추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8년 대법관에 취임한 김선수 대법관은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사개추위에서 실무위원을 맡았다. 그는 문 정부에서 처음 임명한 법무부장관이다.
한편 추 장관이 사의를 밝히며 법무부에서는 이 차관의 역할에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관은 여전히 법정에서 검찰에 비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향후에도 검찰 개혁 작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다만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출범이라는 큰 그림이 세워진 만큼, 향후에는 제도 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검토
사개추위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이 차관은 당시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성향을 보였다"며 "제도 변화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검토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향후 법무부에서 세부 내용을 가다듬으며 안정화에 힘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