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건 조사를 마무리 하고도 보고서를 수정하느라 의결 및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공용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4개월만에 재개했다.
18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마친뒤 보고서를 수정하고 있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조사는 끝났다"며 "내부에서 보고서를 계속 수정하라고 요구해서 발표를 못하고 있는 상황"고 밝혔다. 다른 인권위 관계자도 "최종 검토 단계로 안다. 보고서가 마무리가 되도 소위원회나 전원위원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더 조사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말 박 전 시장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밝히고 직권조사팀을 꾸려 운영해왔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묵인 방조와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 등이 조사대상이었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인권위 측은 공식 답변에서 "아직 소관 소위원회인 차별시정위나 전원위원회의 의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의결이 나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지난 9월 최영애 인권위원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인권위 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오 전 비서실장은 지난 9월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위원장의 같은 달 24일 언론 인터뷰를 거론하며 "(최 위원장은)박 시장의 강제추행을 기정사실화했다"고 비판했다. 또 "(최 위원장이)인권위 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 사건만 아니라 안 전 지사(안희정), 오 전 시장(오거돈) 사건을 인권위가 봐야 한다"며 "세 사건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해자의 호소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한테 네가 이해하라는 식으로 묵살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기 위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4개월만에 재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포렌식 관련 부서에 보관 중이던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전화기에 대한 분석이 지난 17일 재개됐다고 밝혔다. 포렌식 작업에는 유족 측과 서울시 측 대리인들이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7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등 포렌식에 착수했지만 유족 측이 법원에 포렌식 중단을 요청하는 준항고를 내면서 중단됐다.
다만 포렌식은 당장은 사망 경위 수사에만 한정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의 박 전 시장 성희롱 방조 의혹과 관련해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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