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1975년 '대망'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번역해 출판한 뒤 이를 수정, 보완해 2005년 재출판했다가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출판사와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2005년 수정판 대망을 출판한 행위가 원작을 무단 복제한 것이 아니라 1975년판 대망의 이용권한을 활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다른 시기에 출판된 두 번역서가 공유하는 창작적 표현에 주목해 동일성을 인정한 게 이같은 판결로 이어졌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A씨가 대표로 있는 B출판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1975년판 대망에는 원작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이를 제외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 문장의 장단, 문체, 등장인물의 어투, 어조 및 어감의 조절 등에서 표현방식의 선택을 통한 창작적인 노력이 나타난 부분이 크고, 이러한 창작적인 표현들이 2005년판 대망에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1975년판 대망과 2005년판 대망 사이 공통된 창작적인 표현 양적·질적 비중이 커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따르면 B출판사는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1975년 4월부터 '전역판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발간했다.
이후 1995년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새로 번역해 출판하려면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예외적으로 동의를 얻지 않고 출판할 수 있는 경우는 새 출판물이 1975년판 대망과 '동일성을 유지한 채' 재출판되는 때로 한정됐다.
문제는 이후 B출판사가 기존 1975년판 대망의 일부 내용을 수정·증감해 2005년판 대망을 발행하면서 불거졌다.
B출판사는 2005년판 대망을 출간하면서 원작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무단으로 복제, 배포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2005년판 대망을 출판한 것이 B출판사가 소유한 2차적 저작물(1975년판 대망) 이용권한을 적법하게 활용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1975년판 대망과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출판이 됐어야 하는데, 2005년판 대망은 1975년판 대망에서 변경된 부분이 많아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1심과 2심은 1975년판과 2005년판 대망에 대해 "동일한 저작물로 볼 수 없다"며 A씨와 B출판사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2005년판에는 새로 번역작업에 참여한 번역자가 1975년판에는 없었던 표현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표현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어판을 번역함으로써 1975년판 대망과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번역 소설과 다른 표현으로 원작을 번역한 소설을 발행, 판매하는 것을 기존 2차적저작물의 이용행위로 허용한다면 이는 원저작물이 외국작품일 경우 1995년 이전에 이를 번역해 출판한 자는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새로운 번역을 통해 저작물을 복제, 배포할 수 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B출판사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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