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지난 17~23일 결선투표를 실시한 결과 기호 3번 양경수 후보가 총 유효투표 수 51만6199표 가운데 28만7413표(55.68%)를 얻어 당선자로 확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양 당선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양 당선자는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 출신 위원장으로 기록됐다. 경기동부연합이 독자적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도전 만에 첫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다. 양 당선자는 1976년생으로 2001년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과 경기·인천 총학생회연합 의장을 지냈다. 외대 용인 캠퍼스는 이석기 전 의원을 배출한 경기동부연합의 중심지로 꼽히는 학교다.
양 당선자는 올해 44세다. 2010년 42세 나이로 당선된 김영훈 전 위원장 이후 두 번째로 40대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1980년대 학번 중심인 586세대가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에서 주류를 형성한 가운데 노동·시민사회 단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주노총에서 1990년대 학번인 497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것도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양 당선자는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그는 기아차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노조 활동을 시작했고,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맡고 있다.
양 당선자의 당선에는 전임 김명환 위원장의 '사회적 합의안' 부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김 전 위원장의 사회적 합의안은 약 40% 지지를 얻고 부결됐다. 김 전 위원장과 행보를 같이해 온 기호 1번 김상구 후보가 이 같은 열세 구도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범좌파 진영의 기호 2번 이영주 후보 지지 표가 사회적 교섭 반대 입장으로 인해 결국 양 당선자에게 쏠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양 당선자는 김 전 위원장이 추진했던 '사회적 교섭' 노선을 폐기하고 '투쟁 중심 노선'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양 당선자는 내년 11월 3일을 총파업일로 정해놓고 파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조직화를 1년 내내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양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금은 '사'와 '정'이 한편이 돼 노동자를 공격하는 모양새이며, 노사정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자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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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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