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일명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이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택배노동자들의 업무과중으로 인한 과로사가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미래 입법 과제로 꼽으며 적극 추진해왔다.
국토위는 이날 오전 법안소위를 열고 생활물류법 심사를 마친 뒤, 오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의결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업을 등록제로 바꾸고,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을 보장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핵심 쟁점 사안이었던 택배노동자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유발하는 '분류업무'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소위 '공짜 노동'에서 '대가가 있는 노동'으로 바뀌게 된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생활물류법이 완벽할 순 없겠지만 분명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다"며 "택배와 이륜차배송서비스를 대표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근거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생활물류법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생활물류 산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과로사가 발생한 택배사업자에게 자료요청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택배노동자의 근로계약이 본사가 아닌 대리점·영업점과 계약이 이뤄지면서 일부 대리점·영업점을 통한 부당한 갑질이나 백마진 요구, 불합리한 배송구역 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법이 제정되면 본사가 대리점·영업점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생활물류법은 오는 1월8일자로 종료가 예정된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예정이다.
택배업계에는 이번 생활물류법 통과로 인한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택배업이 독립적인 산업으로 규정되면서 택배기사와 이륜차기사(라이더) 등 노동자들의 직무와 산업 범위가 명확해져 택배업계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택배노동자는 개인사업자 형태인 특수고용직으로 택배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 과로 추정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생활물류법이 노조와 노동계의 요구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택배업계는 향후 시행령, 시행규칙 등 논의 과정에서 기업측에 불리한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택배업
[박대의 기자 / 최예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