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집에서 만날 수 있는 가족이 최고다'를 느끼며 오히려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많다. 기자 역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하객들이 많이 못와서 아쉽겠다는 걱정어린 시선과 결혼식은 민폐라는 따가운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는 예신(예비신부)기자가 코로나 시대 새로운 결혼 풍토, 예비부부들의 고충, 깨알같은 결혼준비 팁을 가감없이 공개한다.
[코로나 결혼 표류기-1] D-100일, 예식장이 폐업했다
"저희 웨딩홀이 폐업해 귀하의 식을 진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계약금은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기자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예식을 고작 3개월 앞두고 의문의 카카오톡 단체톡방에 초대당해 웨딩홀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담긴 사진만을 툭 받았으니 그럴만했다. 웨딩홀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저, 이상한 보이스피싱이 판치는 것 같아요. 그쪽 웨딩홀이 폐업한다네요. 조치부탁드려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휴대폰 너머로 친절하던 상담실장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메시지가 맞아요…"
↑ 단체 카톡창에 초대받아 이런 사진과 함께 폐업소식을 전해들었다. [사진 출처 = 기자자신] |
코로나로 인한 예식연기, 예식장 폐업, 웨딩홀과의 갈등 등의 뉴스는 일부 사례에 국한되거나 남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취재처럼 결혼준비도 꼼꼼하게 하면 돌방상황은 발생하지 않을거라는 일종의 '근자감'이 있었다 . 오로지 돌발상황은 까탈스럽게 굴지 않은 예비부부에게만 발생한다고 생각했었다.
웨딩홀 투어에 앞서 웨딩홀에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예식장 약 10곳을 순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시 식장의 대응을 따졌다. 밥은 맛있는지, 주차장은 넓은지 등 기존의 웨딩홀 계약 체크사항에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예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이 있는지 ▲예식을 그대로 진행 할 경우 웨딩홀 방침은 어떤지 ▲식사를 답례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대체할 수 있다면 답례품의 온라인 최저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더했다.
식장의 폐업 가능성 또한 최대한 적은 곳으로 골랐다.
기자가 고른 웨딩홀은 몇번의 리모델링은 있었으나 지역의 랜드마크격인 건물에 위치했고,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영업했다. 게다가 웨딩홀 사장님은 소위 '건물주'로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웨딩홀을 쫓아낼 우려도 없었다.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하객수가 50인 이하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최저보증인원(하객이 다 오지 못해도 웨딩홀에 식대를 지급해야 하는최소인원)을 50명으로 확 낮춰주기로 한 식장을 선택했다. 또 유사시 나눠주는 답례품의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보니 식대보다 1만원 가량 높은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착한 웨딩홀'의 딜레마
고르고 고른 웨딩홀에서 식을 못하게 됐다는 소식에 당황해 전화기를 부여잡고, 웨딩홀 직원분께 물었다. "아니 코로나 대응이 완벽한 웨딩홀이라고 소문나서 토요일 예식이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30분까지 전타임 마감수준이었는데, 왜 나가시는거죠? 무엇보다 분명 건물주가 웨딩홀을 운영한다는데 도대체 왜 건물에서 웨딩홀이 쫓겨났나요?. 혹시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것은 아닌가요"
다소 감정이 격해진 기자를 진정시킨 뒤, 직원분이 밝힌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고 간단했다. 심지어 이해가 가서 더 분했다.
"저, 사실 사장님께서 웨딩홀이 수익이 전혀 안난다고 판단하셨어요. 식을 진행할수록 오히려 적자라… 그래서 이 자리에 그냥 다른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저희도 당황스러워요 ㅠ.ㅠ"
그렇다. 코로나 시국에 신랑신부의 입장을 모두 배려해주며 그저 착하게 웨딩홀을 운영하다보니 예랑예신(예비 신랑, 예비 신부)은 좋았을지 몰라도 웨딩홀 사장님은 기쁘지 않았던 것이다. 사장이 수익이 나지 않아 가게를 닫겠다는데 더는 할말이 없었다.
웨딩홀이 폐업하며 일정에 맞춰 척척 진행되고 있는 결혼준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뱌야흐로 평범한 결혼준비가 아닌 '코로나 결혼 표류기'의 서막이었다. 마음이 여린 예랑이는 여느때처럼 회사 회의에 참석하다가 소식을
[김진솔 매경닷컴 기자 jinsol0825@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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