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폰 액정 나가서 수리 맡겼어. 일 때문에 돈 보낼 곳이 있는데 공인인증이 안 되는데 500만원 (송금) 가능하겠어?"
장희애(가명)씨는 올 초 가족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의 타겟이 됐다. 메신저피싱범은 "폰 수리를 맡기고 컴퓨터로 (카카오톡 메신저에) 접속했다"며 위장했고 돈을 보내겠다는 정씨에게 "아직이야? 엄마"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지인을 가장한 금융사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가족 등의 모임이 상당 부분 제한되는 상황인만큼 메신저 피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메신저피싱 수법으로는 문화상품권·구글 상품권 핀번호나 신용카드 사진과 비밀번호 전송을 유도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문화상품권 등 핀번호 요구 방식은 상대방에게 "상품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카드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으니 상품권 구매 후 핀번호를 보내주면 구매대금을 보내주겠다"고 속이는 식으로 이뤄진다.
신용카드 정보 요구는 비교적 스마트폰 계좌이체나 온라인 상품권 구매 등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주된 타겟으로 삼는다.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를 요구한 후 이를 이용해 범인이 직접 상품권 등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팀뷰어' 등 스마트폰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수법도 자주 활용된다. 일단 피해자가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면 피싱범이이 해당 휴대폰을 직접 제어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해 온라인 결제 등을 통해 돈을 가로챈다.
경찰에 따르면 피싱범들은 주로 휴대전화 액정파손, 충전단자 파손 등 "고장으로 수리중이라 PC로 메신저(카톡 등)를 보낸다"고 속이며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경찰 측은 "피싱범들은 '지금 당장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다급한 상황을 연출한다"며 "메신저피싱 사기범들은 직접 통화하자는 피해자의 요청을 여러 변명을 대면서 회피하고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청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싱 사기를 당했을 경우 후속조치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사기범에게 신분증, 통장 사본을 전달한 경우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피해예방시스템'에 등록하라"고 권고했다. 또 "범죄에 연류되거나 도용돼 예금이 노출되어 있다면 금융사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라"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최근 발표한 '보이스피싱 대처 10대 요령'도 참고할 만하다. △미심쩍으면 의심하고 확인 △좋은 조건 대출가능 문자는 피싱의 미끼 △고수익·원금보장은 피싱 미끼 △링크나 IP주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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