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몇몇 유명 재수학원들이 1월에 시작하는 '재수 조기 선발반' 모집에서 특별전형의 하나로 '의사'라는 부모의 직업을 조건으로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보통 역대 입시 결과가 좋은 유명 재수학원들은 인기가 많은 편이여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학원이 정한 성적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30일 학원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H 학원은 다음달 11일 개강하는 1월 시작반 모집 전형 중 하나로 '의학 계열 자녀 전형'(특별전형)을 내걸고 있다. 일반의, 치과의, 약사, 한의사, 수의사 자녀라면 국·영·수·탐(1) 중 3개 영역 합이 수능 9등급 이내거나 평가원 기준 7등급 이내라면 지원 가능하다.
이 학원은 주로 최상위권 대학 합격을 목표로 하는 재수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형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나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일례로 우선선발 전형(무시험)에선 인문 기준 2021학년도 수능 국·영·수·사(1) 중 3개 등급 합 4등급 이내가 조건이다. 자연은 3개 등급 합 5등급 이내다. 또 다른 전형인 선착순 전형도 인문 기준 3개 등급 합 5등급 이내(자연 6등급 이내), 성적순 전형은 인문 3개 등급 합 7등급 이내(자연 8등급 이내)로 정해져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특별전형이다.
보통 재수학원들은 재수생 선발에 있어 자사 재량에 따라 별도의 특별전형을 운영하기도 한다. 가령 이 학원에서는 내신성적 우수자 중에서 학원생을 선발하는 교과우수전형이나 올해 대입에서 의·치·한·수 및 상위 주요 대학 수시 종합 1단계 합격자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 영재고·과학고 졸업자 전형, 주요 상위권대학 재학생 전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논란이 된 대목은 특별전형 내 의학계열 자녀 전형이다. 부모가 의사더라도 자격요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갖춰야 하는데, 모든 전형을 통틀어 성적 커트라인이 제일 낮다.
수능 등급합 기준이 의학계열 자녀 전형과 동일한 교과우수 전형(특별전형)은 수능 등급합을 맞추는 것은 물론, 내신 역시 2.0 이내여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이 따라 붙는다.
서울 강북의 C학원도 의치서특별반 전형으로 '의료진가족 전용 선발'을 진행 중이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 중에서도 1명이 의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있으면 수능이나 평가원 기준 국·수·탐(1) 또는 국·수·영 등급합 8등급 이내면 지원 가능하다. 이는 해당 학원에서 운영하는 의치서특별반 전형 내 우선선발이나 일반선발 등
이를 접한 재수생 사이에서는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입시 커뮤니티 등 인터넷 상에선 "부모님 유전자 믿고 걸어보는건가" "유전자 전형이네" "소름 끼친다" "상식이 없다" "노이즈 마케팅인가" 등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졌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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