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오늘 법원은 국제법상 국가면제, '주권면제론'을 처음으로 깨뜨리고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사회부 민지숙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법원이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권면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데, 주권면제라는 게 뭡니까?
【 기자 】
주권 면제란 한 국가의 주권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 받을 책임을 면제받는다는 관습법상 이론인데요.
일본 정부는 이 이론을 근거로 지난 5년 동안 손해배상 소송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 질문 1-1】
일본의 주장이 맞는 건가요?
【 기자 】
오늘 법원의 결론은 틀렸다는 겁니다.
주권면제론은 하나의 이론일 뿐 절대적인 법리가 아니라는 건데요.
재판부는 "이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지 숨어서 배상이나 보상을 회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 형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를 불법 점령하고 있던 일본이 한반도 영토에서 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인만큼 우리 재판부가 죄를 따질 수 있다는 겁니다.
【 질문2 】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예외 사례가 있었다고요?
【 기자 】
그렇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법원이 내린 '페리니 사건'의 선고인데요.
이탈리아 대법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 끌려가 강제노역한 자국민이 독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위안부 소송 변호인 역시 이 사례를 최후 변론의 근거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3 】
이번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셨을 텐데, 생존해계신 다섯 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직접 판결이 선고되는 걸 보셨나요?
【 기자 】
아쉽게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 분도 법원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현재 소송 당사자 열 두 분 가운데 일곱 분이 돌아가시고, 다섯 분만 남아 계시거든요.
생존해 계신 분들도 코로나 상황과 추운 날씨 때문에 나눔의집에서 판결 결과를 전달받았는데요.
앞서 인터뷰한 이옥선 할머니가 MBN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런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 인터뷰(☎) : 이옥선 / 위안부 소송 승소 / 95세
- "돈이 무슨 필요야 돈 필요 없어. 사죄를 제대로 안 하니까 사죄를 제대로 하라는 거지."
【 질문4 】
제일 중요한 건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일텐데, 12억 원은 강제 집행되는 건가요?
【 기자 】
어렵게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 선고는 나왔지만, 실제 배상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변호인 역시 이 질문에 대해 "(일본 정부에) 강제집행이 가능한 재산이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 오늘 즉답은 힘들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의 의견을 모아 본격적인 배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5 】
공교롭게도 오늘 한일 양국 대사가 새로 임명된 날이라는데, 외교적인 문제가 염려되는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온 오늘 양국의 대사가 동시에 바뀌었는데요.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주일본 한국대사에 일본은 아이보시 주이스라엘 대사가 주한 일본 대사로 새로 임명됐습니다.
강제징용 배상금 청구 문제 등으로 이미 얼어붙은 분위기가 당분간 더 악화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 질문6 】
다음 주에 또 다른 위안부 손해배상 재판 선고가 예정돼 있다고요?
【 기자 】
당장 오는 13일에 이용수,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스물 한 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의 선고가 열리는데요.
오늘 선고를 시작으로 법원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잇달아 인정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