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검찰이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양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가운데 살인죄 적용 여부를 두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정인이 사건은 2013년 10월 울산에서 발생한 '서현이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점에서 서현이 사건 재판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계모가 당시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어린이(만 7세)를 사소한 의심으로 55분간 폭행해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훼손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번 정인이 사건처럼 당시에도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은 피고인 계모를 학대치사죄로 송치했으나 울산지검은 보강 수사를 벌여 살인죄로 기소했다. 서현이 사건은 흉기 사용 없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관례적으로 적용했던 학대치사죄 대신 살인죄를 적용한 첫 사례이다. 재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살인죄는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피고인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항소심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서현이 사건이 마무리된 뒤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 방지와 유관기관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수사와 공판 과정, 참고 논문 등을 엮은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 수사·공판 자료집'을 발간했다.
자료집에 실린 공소장을 보면 피고인은 사건 당일 서현이가 소풍을 가기 위해 식탁 위에 놓아둔 현금 2300원 상당을 훔지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격분해 35분간 폭행했다. 서현이가 "소풍을 가고 싶다"고 하자 반성하지 않고 변명한다며 다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이 사건 전에도 서현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서현이의 손과 발에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려 3주간의 치료와 재활 치료를 요구하는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2014년 4월 1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의심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 피해자의 출혈 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직접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피고인이 살인 범행 당일 흉기 소지 등 살인의 범의를 인정할 만한 행위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 법의학계 최고 권위자를 증인으로 세우고, 추가 부검감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살인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디지털 분석을 통해 피고인 휴대폰 음성 파일을 추가 확보했다.
2014년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살인죄를 인정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와 마찬가지인 점, 피해자의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를 인식하면서도 계속 구타한 점, 생명과 직결된 몸통을 집중적으로 구타한 점 등을 선고 이유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뼈와 근육 등 신체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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