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 조치가 일부 완화 시행된 첫날인 18일. 서울 관악구의 한 헬스장은 아침 6시부터 회원 10여명이 들뜬 표정으로 개장을 기다리며 문 앞에 모여 있었다. 60대 가정주부 김양순 씨(가명)는 "한 달 넘게 헬스장이 영업 중단하면서 집 안에만 갇힌 기분이었다"며 "아직 샤워장은 쓸 수 없어 예전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이렇게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카페·헬스장·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완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반색하고 나섰다. 다만 PC방 등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번 조치가 '반쪽'에 불과하다며 반발 기류를 보였다.
방역당국은 지난 16일 새 방역수칙을 발표했다. 카페는 식당 등과 같이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고,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과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은 8㎡(2.4평)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집합금지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음식점과 주점 등은 기존 방역수칙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새 방역조치를 가장 반긴 건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재훈 씨(가명)는 "망리단길의 카페들은 번화가, 직장가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평상시 접근성이 낮은 편으로 코로나19 타격이 훨씬 컸다"며 "사장들 사이에선 곡소리가 나던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영업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에서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들이 돌아왔다. 서울 관악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오전부터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찾은 학생 20여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근처 학교 재학생인 김예림 씨(가명·22)는 "카페 매장 영업이 금지된 지난 두 달 동안 자취방을 비롯해 다른 장소에서 공부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방심할 정도는 아니란 걸 알면서도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6주 만에 문을 연 헬스장도 정부의 새 방역조치에 반색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김다솔 씨(가명·28)는 "지난 두 달 동안 무급휴직이나 다름 없는 상황으로 보냈는데 영업을 다시 시작하게 돼 다행이다"며 "(전날) 회원들에게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일부 업장에서는 세부 방역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2인 이상 방문 시 1시간 이상 이용제한 권고' 규정이 문제가 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근무하는 김선희 씨(가명·32)는 "현실적으로 손님들의 이용 시간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테이블마다 타이머를 두고 시간이 됐다고 '나가달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내용"이라고 토로했다.
PC방 등 일부 업종 종사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반발 기류를 보였다. PC방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정부 요구대로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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