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한국환경보건학회 등 환경보건 전문가들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이윤식 |
18일 이규홍 안정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본인 명의 성명서를 내고 재판부가 자신의 증언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지난 2017~2018년 국립환경과학원의 CMIT/MIT(가습기 살균제 성분) 흡입독성 실험 책임연구원을 맡은 인물이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판결에서 2017~2018년 흡입독성 실험 결과에 대해 "흡입에 따른 폐섬유화 악화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고, CMIT/MIT만을 단일노출시킨 시험군에서도 폐 내 염증 및 섬유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연구책임자인 이규홍 박사도 이 법정에서 'CMIT/MIT는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성명서에서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하는 것이었고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재판부가) '실험결과로 CMIT/MIT가 마우스에서 천식 유사증상을 일으켰는가'라고 했다면 '분명히 그러하다'라고 증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환경보건학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 대안적으로 활용된다"며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 "세상 어떤 과학자도 결정론적으로 'A가 B로 말미암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연구진의 진술을 문제 삼은 재판부에 반박했다. 양원호 학회 회장은 "이번 판결은 독성실험에 대해 이해부족 등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으로써 기업에 면죄부 준 판결이 됐다"고 비판했다.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 출석해 소견을 낸 백도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종현 환경보건산업연구소 소장,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 3명을 포함한 전문가들도 같은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부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동욱 교수는 "판결문은 (연구의) 한계점만 드러내서 무죄 근거로 삼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모든 연구는 마지막에 한계점을 언급한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동물실험은 옵션이다. 독성이 동물실험에서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기적의 살충제라며 노벨상까지 받은 쓰인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도 동물실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 안 됐다"고 지적했다. 화학자 파울 뮐러는 1948년 DDT를 통해 말라리아모기를 박멸한 공로 등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종현 소장은 "판결문은 CMIT/MIT가 의약외품에 일정 농도 이하로 사용되고 있고, 2015년 식약처가 수행한 세정제 28개 성분 조사 결과 유해하지 않았다고 보고된 것 등 2가지를 바탕으로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 안 됐다고 봤다"고 정리한 후 이를 반박했다. 이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외품, 세정제 보다 사용빈도, 사용양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동물실험은)대부분 하루 6시간 (CMIT/MIT) 노출, 18시간 노출 중단 조건에서 수행됐다"며 "낮은 수준이지만 하루 24시간 누출되는 상황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론 본다"고 밝혔다.
해당 재판에 4번 출석했다고 밝힌 백도명 교수는 "전문가의 표현이 단정적이지 않다. 다른 반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데 기업 측 변호사는 항상 단정적으로 'yes 아니면 no'로 답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유죄 판결 조건으로)'CMIT/MIT가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했다"며 "인체실험을 하지 않는 한 과학은 한계가 없을 순 없다. 무결점 결과만 인정한다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게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는 물질과 피해 간 인과를 정확하게 확증 못하는 점을 고려해 증명에 대한 요구를 낮춰야 한다"며 "또 과학자로 구성되는 자문패널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임직원 등 13명에 대해 무죄 선고를 했다. 법원은 동물실험 결과를 중요한 근거로 삼아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CMIT/MIT는 1960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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