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라고 말을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요. 소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밌어할 만 한것, '로또'입니다. 로또는 사행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희노애락이 보입니다. '당첨금'에 초첨을 맞추면 세금·재테크·통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90년생부터 연세 있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해졌어요."
무려 7년간 매주 로또 1등 당첨자들에게 당첨금을 지급해 온 은행원 A씨가 말했다. 그는 최근 당첨자들 사이 가장 큰 변화에 대해 묻자 과거엔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특정 계층이나 연령대 상관없이 다양해진 점을 꼽았다. 당첨금을 찾으러 오는 이들 중 대부분이 남자란 점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45분 조작설'에 이은 로또 관련 두번째 의혹 해소에 나서며 만나게 된 A씨다. 두번째 의혹은 '매주 로또 1등이 10여명씩 나오는 게 맞나?'란 질문과 관계가 있다. 미국 파워볼 같은 경우 연간 당첨자 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당첨자가 왜 이리 많냐는 의혹이다. 이는 당첨자 수 조작설로 이어진다. "1등 당첨자가 없는데, 있다고 하는 거 아니야? 실체가 있기는 한 거야?" 라는 식이다.
이같은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인 A씨. 그는 7년 이상 면대면으로 로또 1등 당첨자들을 만나오고 있다. 매주 1등 당첨자가 5명씩만 나온다고 가정해도 그가 지금까지 만난 이들은 700명이 넘는다. 누구보다 당첨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만큼 A씨는 당첨자 정보보호 유지를 위한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농협은행 본점 측 역시 인터뷰 전 A씨의 정보를 익명으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모두 로또 당첨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이다.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 급한 기자는 A씨에게 다짜고짜 "진짜 로또 1등 당첨자들을 만나냐? 매주 10여명씩 수십억 돈을 찾으러 오는 것이 맞냐?"고 물었다. "정말이다. 7년간 매주 '행운이 가득한 분들'을 만나고 있고, 공식 집계된 1등 당첨자 수만큼 당첨금을 다들 찾으러 온다"는 답이 돌아왔다.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했다. A씨에 따르면 1등 당첨자들이 주로 당첨금을 찾는 요일은 '월요일', 그래서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면 항상 긴장모드라고 했다. A씨는 "내부 직원이나 다른 고객은 물론 당첨자들끼리도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게 마련한 특별 장소에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첨금 지급 전 1등 당첨자들의 로또 용지에 있는 바코드로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이어 신분증까지 확인을 한 후 계좌이체 방식으로 당첨금을 지급했다. 특히 A씨는 수십억의 목돈이 생긴 1등 당첨자들에게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 필요한 재테크 플랜을 짜주는 일도 맡고 있다. 노후자금이나 주택구매 등 당첨금의 사용 용도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게 돕는데,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이런 제안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 측 확인 역시 필요했다. 매주 로또 1등 당첨자수가 10여명씩 나오는 것이 가능한 일일인지에 관해서다. 동행복권 관계자는 "확률상 가능한 일이다"고 했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현재 로또는 1주일에 약 900억원 정도 판매가 되고 있다. 로또 1매당 가격이 1000원이므로 참여게임수는 9000만이 된다. 널리 알려진대로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 그러니까 매회당 참여게임수(9000만)에 1등 당첨확률(814만분의 1)을 곱하면 약 11매가 1등 당첨자가 된다.
동행복권 측은 "물론 매번 11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상 매주 다수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더 많은 로또가 팔리므로, 당첨자가 매회 나오고, 당첨금은 이월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파워볼과 비교해 당첨자 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란 지적 역시 확률상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파워볼의 참여게임수는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등 당첨확률은 2억9220만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
특히 참여게임수와 1등 당첨확률을 둘 다 고려하면 미국 파워볼에서 1등 당첨확률은 우리나라에 비해 무려 119배 로 훌쩍 뛴다. 따라서 미국 파워볼과 국내 로또의 1등 당첨자수를 비교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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