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맨 앞)이 1호선 열차 안을 순찰하고 있다. [제공 = 서울교통공사] |
지하철 보안관이 마스크 미착용 단속으로 인해 봉변을 당하는 이유는 이들이 지하철 방역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이어 11월 13일부터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시작됐지만,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불량하게 쓰거나 착용하지 않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이달 27일까지 공사에 접수된 마스크 미착용 관련 신고는 3만707건에 이른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지하철 보안관이 업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어떨까. 2017년에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현재 서울교통공사 종로서비스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수진(31) 지하철보안관은 "아직도 나 하나쯤 마스크를 안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지하철에서는 지하철 보안관이 1차적으로 마스크 미착용을 단속한다. 단속 과정에서 미착용 사례가 많은 편인가.
▷현재 서울 지하철 1호선 공사 관할(서울역~청량리역) 구간을 담당하면서 하루에 평균 약 50명 정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불량하게 착용하는 사례를 본다. 아직도 "나 하나쯤 마스크를 안써도 괜찮겠지" "잠깐인데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려도 괜찮겠지"란 생각을 가진 승객들이 너무 많다. 음식을 먹느라, 입술을 뜯느라, 답답해서, 통화 중이라, 안경에 김이 서려서 등 갖가지 이유를 대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스크 미착용·불량 착용 단속 때 겪는 고충도 클 것 같은데.
▷지하철 내에서 승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쓰도록 계도한 뒤 실제로 착용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순찰을 재개하기 위해 뒤돌아서면 바로 마스크를 내리는 승객도 흔히 발생한다. 이런 경우의 상당수가 열차 내 다른 승객과의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마스크 착용 요구가 욕설과 폭행으로 돌아오는 경우다. 지팡이로 후려치거나, 무조건 안 들린다며 내쫓김을 당하는 등 험한 경험을 자주 겪는다.
-지난해 11월부터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는데
▷상습적으로 마스크를 불량하게 착용하거나 미착용하는 승객이 있다. 과태료를 부과하고 싶어도, 승객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지하철 보안관에게 없다. 현재 과태료 부과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나 구청 공무원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과태료 부과에 어려움이 있다.
-마스크 미착용 단속을 제외한 다른 업무는 무엇이있나.
▷열차 및 역사 내 질서 유지, 안전사고 예방·범죄 단속 등이 있다. 이동 상인, 전도자, 성범죄자 등 열차 내 질서저해자에 대한 단속과 대응 업무가 대표적이다. 주요 업무가 범죄 예방·단속·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하철 보안관은 무술 유단자다. 나 역시 합기도 3단, 유도 2단의 무도단증을 보유하고 있다.
-'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입사 지원 당시에는 "역사 및 열차를 순찰하고, 질서 저해자를 단속한다" "주말과 공휴일에 쉰다" "공사 직원이다"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활동적이고 규칙을 중요시하는 성격에도 잘 맞을 것이라고 봤다. 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하철 보안관에 지원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험한 일이긴 하더라(웃음).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보안관 274명 가운데 10.9%(30명)이 여성이다. 여성 보안관이 업무에 있어 강점을 가진 부분이 있다면.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내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다. 아무래도 같은 성별이라 피해 여성에게 바로 다가가 대응 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피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조금 더 수월하다. 경찰에 신고한 후 출동을 기다리는 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뒤, 향후 진행될 법적인 절차와 안내를 덧붙이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도록 돕는다. 성범죄 피해를 신고할 경우에도 여성 보안관들을 더 가깝게 느낀다. 수치스러운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있어서 같은 성별의 지하철 보안관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보안관으로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생각보다 강한 체력과 투철한 소명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 지하철 보안관이다. 이용 승객에게 안전한 지하철 환경을 제공하고, 지하철 순찰 중에 만나는 승객들이 건네 주시는 감사 인사를 들을 때면 힘든 일을 겪어도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지하철 보안관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도 이 직업이 과감히 도전할만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