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주 씨가 개발한 한국형 리얼돌 모델 <차창희 기자> |
리얼돌 제조는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었다. 우선 철사 형태의 뼈대를 기본으로 하여 TPE 탄성 소재를 부어 사람의 형태로 만든다. 이후 최대한 사람의 느낌을 더하기 위한 '디테일링' 손질이 들어간다. 작업자들이 손수 리얼돌 골반, 얼굴 라인 등의 형태를 다듬는다. 가슴 부위 탄력을 위해 스펀지를 넣기도 한다.
또 얼굴 역할을 하는 헤드 부분을 제작할 땐 마치 화장을 하듯 속눈썹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그린다. 볼터치 및 입술에 색을 첨가하는 과정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람의 피부 느낌을 살리기 위한 오일, 파우더를 바르는 것은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작업은 대략 20시간이 걸린다. 갓 탄생한 제품을 만져보니 실제 사람의 살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 손가락 '디테일링' 작업이 끝난 모습. <차창희 기자> |
박씨는 리얼돌 업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며 "오히려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청소년 형태의 리얼돌을 제조해 파는 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어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오히려 1인 가구가 늘면서 리얼돌을 반려 인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일종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7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 리얼돌 완성품 모습. <차창희 기자> |
그러나 법원은 다른 입장이다.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리얼돌 수입 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 리얼돌 수입업체는 중국에서 리얼돌 수입을 시도했지만 세관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며 통관을 보류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리얼돌 관련 사법부 판단은 지난 2019년 6월에도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한 리얼돌 수입업자가 세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수입업자 승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음란물이 아닌 개인 성기구의 관점에서 리얼돌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도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같다.
하지만 여전히 관세청은 국내 사회적 시류와 정서를 감안했을 때 전면적인 리얼돌 수입 허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이나 특정 인물 형상의 리얼돌 유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며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로선 세관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현실적으론 리얼돌을 규제할 수 있는 현행법은 없다. 리얼돌 관련 서비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정의 요금을 내고 1~2시간 리얼돌이 있는 방을 이용할 수 있는 체험방이 대표적이다. 리얼돌을 특정 기간 빌려주는 비대면 렌트 서비스도 있다. 한 리얼돌 렌트 업체는 커뮤니티에서 "1주일에 12만원에 리얼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며 공공연하게 홍보를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동 형태의 리얼돌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를 당한 고객이 있었는데 경찰이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아동·청소년 및 특정인의 외모를 본뜬 리얼돌 제품의 인격침해 등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여성단체는 리얼돌이 유사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통해 "여성 신체 형상이 우리 사회에서 성기구화가 되는 여성혐오적 현실을 철저히 간과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선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아동·청소년 및 특정인의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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