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취업 준비를 하는 처지에선 정말 허탈하죠. 공사 직원들까지 투기에 나선 모습은 우리가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는 절대 집을 못 산다는 방증 같아요."
취업준비생 정모(25)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광명 시흥 사전 투기 의혹을 보며 씁쓸해졌다고 했습니다. 정씨는 오늘(7일) 통화에서 "열심히 일하는 정직한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불합리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LH 투기 의혹의 파문이 커지면서 청년층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급등만으로도 심란한데 공공기관 직원들의 투기 의혹까지 드러나자 성실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사건을 공론화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투기 의혹 직원들은 신도시 계획 발표 전 농지 2만3천여㎡(약 7천평)를 100억원가량에 매입했습니다.
직원들은 지난달 24일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묘목 수천 그루를 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속칭 '꾼'들 사이에선 보상 액수를 높이는 흔한 방식이라지만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들은 기상천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묘목을 심었다가 보상 후에 뽑아 다른 땅에 옮겨 심는 업자까지 있다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황당하게 다가왔다"며 "내부 정보로 손쉽게 떼돈 버는 사람들을 보니 아등바등 월급을 받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김모(24)씨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이번 투기 의혹은 화제라고 합니다.
김씨는 "대기업이라 나름대로 처우가 좋은 편인데도 허탈감을 나타내는 동료가 많다"며 "한국에서 공정하게 주어진 절차대로만 살면 내 집 마련도, 넉넉히 돈 벌기도 어렵겠다 싶다"고 했습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부동산 안정'이라는 정부 정책 불신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공개된 것이 이 정도일 뿐 예전부터 비일비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김모(24)씨는 "아파트 정책을 일선에서 주도하는 공기업도 이런데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습니다.
투기 의혹 조사와 가담자 처벌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일탈을 막을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증권사에 다니는 전모(27)씨는 "토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투기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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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