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이죠, 추석 직전인 다음 달 26일부터 엿새간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남한 측 100명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전체 신청자 수 8만 7천여 명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입니다.
정원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일본강점기에 가족 모두 중국으로 끌려가 동포로 살아온 78살 이 항 할아버지.
북한으로 넘어간 남동생을 꼭 한번 보고 싶어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동생의 부고 소식이었습니다.
손수 기저귀를 갈아주던 동생의 아들·딸들이 어느덧 장성했고, 조카 6명 모두 생존했다는 소식에 꼭 한 번 만나는 것이 마지막 소원입니다.
▶ 인터뷰 : 이항 /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 "만나면 아주 기쁘지. 죽어도 원이 없다는 거지."
함경남도 용천리가 고향인 82살 우연제 할머니.
1.4 후퇴 때 국군을 따라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부모님과 5명의 오누이에게 인사조차 못 한 것이 평생의 짐입니다.
지난 2007년, 중국을 통해 동생 2명만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은 혈육을 어떻게든 만나보려 했지만, 사기만 당했습니다.
반세기 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만나는 순간을 꿈꿨던 것도 잠시, 예비후보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우연제 /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 "보고 싶은 거…. 나도 나이 많고 그 아이들도 보고 싶고 나이 많으니까…. 한번 꼭 봤으면…. 그게 소망이야."
지난 1988년부터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7천여 명 가운데 이미 4만 명이 세상을 뜬 상황.
2년 만에 이산가족상봉이 재개됐지만, 가족들의 소원을 이뤄주기에 100명이란 숫자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가족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산가족들은 예비후보자 명단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MBN뉴스 정원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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