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누구 있습니까?'
2009년 뉴욕 허드슨강 불시착 사고를 담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설리 기장은 차가운 강물이 들어찬 비행기 안을 몇 차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탈출하며 이렇게 외칩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소방대원의 철칙은 'First In, Last Out.' 먼저 현장에 들어가고, 맨 나중에 나온다'이지요.
고 김동식 소방령은 나흘 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화재가 일어난 쿠팡 불매와 회원 탈퇴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 측은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불과 5시간 뒤, 소방관의 생사도 모르는 상태에서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니, 국민 눈에는 세월호 침몰 당시 혼자 살겠다고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간 세월호 선장의 모습이 오버랩 된 겁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자 곧바로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졌고,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그동안 노동자 9명이 사망했음에도,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지요. 특히 이번 화재 초기에 8분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휴대전화 지참 금지(노조 주장)라는 현장 근무지침 때문에 화재 신고조차 우왕좌왕한 걸 보면 로켓배송을 내세우는 굴지의 대기업이 맞나 싶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한마디로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입니다.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같은 원인으로 다칠 뻔한 사건이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지요.
쿠팡은 올 초 미국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한국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경영의 주요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쿠팡의 리스크는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창업자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있는 것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5시간 만의 사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