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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서] 2년 전만 해도 사용하지 않던 말 '친정권 검사'

이성식 기자l기사입력 2021-06-28 09:30 l 최종수정 2021-07-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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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권 검사' 단어, 2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어
검찰 인사철에는 전망과 분석을 담은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최근 몇 차례 검찰 인사 기사에서 제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친정권 검사'일 겁니다. 저도 큰 고민 없이 제목으로 뽑아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문득 예전 검찰을 출입했던 2010년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학연·지연 등에 따라 잘 나가는 검사는 있었지만, 적어도 '친정권 검사'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 '친정권 검사'를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하니 대략 2020년 이전 기사에서는 이 단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불과 2년 전만 해도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 '친정권 검사'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왜 예전에는 '친정권 검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기본적으로 검사는 누군가를 재판에 넘겨 벌을 주는 일을 합니다. 때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당연히 법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는 검사에게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친정권 검사'라는 분류 자체가 어폐가 있는 표현 아닐까요? 검사들이 호기롭게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라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물론 이것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의 영역입니다. 현실에서 검사들이 '정권 관심 수사'를 정무적으로 판단한 사례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당위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신분입니다. 검사를 제외하고 다른 어느 부처의 공무원에게 '친정권'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인사 관행 깨지고, 조국 수사 거치며 일상화
그럼 왜 갑자기 '친정권 검사'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됐을까요? 한 검찰 간부는 현 정부가 과거 검찰의 인사 관행을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한 마디로 이번 정부에서는 유독 '벼락 승진'한 사례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이전에는 보수·진보 정권 가릴 것 없이 법무부 검찰국에서 관리하는 인사 고과 서열이 비교적 존중됐다는 겁니다. 예전에도 정권과 가까워 잘나갔던 검사들이 있지만, 대부분 인사 고과 서열에서 상위권에 있던 검사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정권이 믿을만한 소수 인사에게 요직을 맡기다 보니 일종의 '몰아주기' 현상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합니다.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이 정부 들어 반부패부장-검찰국장-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쳤습니다. 심재철 서울 남부지검장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쳤습니다. 검찰 내 빅4로 분류되는 '반부패강력부장'과 '검찰국장'을 모두 지낸 경우는 두 사람 이외에 찾아보기 극히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이런 인사 시스템으로 승승장구하는 검사들에게 '친정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인사 때마다 과거 잘 나가던 특수통·기획통 대신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하던 검사들은 우대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과거 인사 관행은 지킬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분명합니다.

'친정권 검사'라는 분류는 윤석열 전 총장이 주도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됩니다. 윤 전 총장이 수사를 밀어붙이며 힘이 펄펄하던 3년차 정권과 검찰 사이의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때부터 윤 전 총장의 징계 국면까지 검찰 내부에서 윤 전 총장과 맞서던 이들이 현재 '친정권 검사'로 거론되는 인물들입니다. 언론의 역할도 적지 않았습니다. 검찰 내 갈등이 증폭되자 언론들은 마치 정치부 기사를 쓰듯 '윤석열 라인'과 '친정권 검사들'을 양대 세력으로 놓고 이들의 갈등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 검찰 조직에 큰 후유증으로 남을 듯
결국,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대략 15명 전후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전체 검사 2천200여 명중 많다고 볼 수 없는 숫자입니다.

여러 명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친정권 검사'라는 분류법이 검찰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렇게 성향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검사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이 나도 사건 관계자들은 정무적인 결론이었다고 생각하며 승복하지 않을 겁니다. 법질서는 어지럽혀지고 사회적인 비용도 늘어나겠지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총장 직무대행 시절 남겼던 말은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치와 전쟁에서는 피아 식별이 제일 중요한 요소이지만,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의 영역에서는 우리 편, 상대편으로 편을 갈라서는 안 됩니다.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1년 3월 24일 / 대검 확대간부회의)

[ 이성식 기자 / mods@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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