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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 무너진 대학가 상권..."울며 겨자 먹기로 버텨"

기사입력 2022-01-17 07:25 l 최종수정 2022-01-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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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상권 침체 ‘심각’…줄줄이 폐업 행렬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대학가 원룸 시장 ‘쓸쓸’
대학가 마을버스도 직격탄…노선 단축 불가피

“보시다시피 손님이 아예 없어요. 문 닫고 싶어도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중이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골목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송 모(51) 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대역 주변 거리에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이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상가 곳곳은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공실이었습니다.

이화여대 앞 상권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 이화여대 앞 상권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대학가 상권 침체 ‘심각’…줄줄이 폐업 행렬

지난 11일 이화여대 일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 상권가는 폐업한 빈 점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이곳은 현재 가게 곳곳에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폐업을 고민하거나 공식 폐업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영업을 종료한 ‘실체 없는 식당’도 줄줄이 볼 수 있습니다. ‘파격 할인’을 내걸며 제품 정리에 나선 가게도 많았지만, 거리는 한산했고 영업 중인 가게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송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이대 옷가게 골목이 유명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지금은 손님이 뚝 끊긴 상태”라며 “월세 충당이 어려우니까 보증금을 축내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폐업하고 싶어도 계약 기간이 남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예전에는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도 종종 왔었는데 이제는 아예 안 온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길거리에 사람들이 더 없는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전보고서를 보면 2020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P 낮아진 11.8%를 기록했습니다. 폐업할 경우 사업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데다 손실 보상도 받을 수 없어 자영업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촌 골목 거리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 신촌 골목 거리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젊은 층과 외국인으로 북적거리던 신촌 일대 음식점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연세로도 폐업한 가게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신촌·이대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종로·명동과 함께 '강북 3대 상권'으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이곳 상권은 크게 휘청거리게 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혹은 건물 층수 3층 이상) 공실률은 작년 1분기 13.3%, 2분기 13.2%를 기록했습니다. 재작년의 경우 1분기 10.3%, 2분기 10.5%, 3분기 12%, 4분기 10.7%였습니다.

신촌 박스퀘어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 신촌 박스퀘어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신촌 박스퀘어에서 컵밥 가게를 운영 중인 박(65) 씨는 “예전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해서 줄 서서 먹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거의 보기 힘들다”며 “개강 전에는 그래도 학생들이 간간이 왔지만, 방학이 되니까 그마저도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게 문을 열어 봤자 장사가 잘 안되니까 쉬는 가게들이 많아졌다”며 “작년까지는 ‘곧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피해가 계속 누적되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가게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갈 수만 있으면 감사하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권리금도 못 받고 철거비까지 빚내서 부담해야 하는 상인들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대학가 원룸 시장 ‘쓸쓸’

원룸 시장도 운영난이 심각합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비싼 월세 내고 학교 앞에서 지낼 이유가 없어졌다. 비어있는 원룸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원룸 임대인 및 상인들이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라며 대학가 상권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대학들은 교과목의 특성과 수강 인원 등을 고려해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혼용해왔습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자 전문가들은 학습 질 저하, 사회적 교류 부족 등 각종 부작용을 고려해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거리두기 강화에 발맞춰 대학들은 원격수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싼 월세를 언제까지 감당해야 할지 고민이 깊습니다. 이(24)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언제 대면수업으로 바뀔지 몰라 학교 앞에서 자취했지만 계속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됐다”며 “월세나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월세가 더 저렴한 곳으로 곧 이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학생 양(25)씨도 “작년에는 비대면 수업이 많아 학교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학교 앞에서 계속 자취를 하는 게 맞나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친구들 중에는 학기 중에 이미 원룸이나 오피스텔 방을 빼고 본가로 들어간 경우도 많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학가 마을버스도 직격탄…노선 단축 불가피

대학가 마을버스는 경영난으로 노선 단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을버스는 주로 직장인의 출퇴근길을 책임지거나 학교·병원의 셔틀버스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승객이 줄어들자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계속 늘어났고 급기야 노선까지 단축됐습니다. 서민 교통의 핵심이자 대학생들의 셔틀버스로 통하던 마을버스가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 마을버스 이용객 수 감소율 상위 10개 노선 / 사진 = 우리운송
↑ 서울시 마을버스 이용객 수 감소율 상위 10개 노선 / 사진 = 우리운송

특히 비대면 수업으로 통학 수요가 급감한 대학가 마을버스의 피해는 더욱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서울시 마을버스 이용객을 비교한 결과, 감소율 상위 10개 노선 중 8개 노선이 모두 대학가 경유 노선이었습니다.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의 캠퍼스 내부까지 운행했던 ‘노원13’은 2019년 한 해 동안 83만여 명에 달하던 승객이 2020년 35만여 명으로 57.7%가량 줄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재작년 이용객이 가장 많이 줄어든 마을버스입니다.

경희대와 한국외대를 지나는 ‘동대문02’는 작년부터 배차 간격을 30% 축소했습니다. 노선 수요의 80%가 대학생들이었지만, 2년 넘게 비대면 수업이 지속하면서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우리운송 측은 “개강을 해도 전혀 상황이 나아지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노선인 만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타격이 절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정상 등교를 하면 마을버스 배차 간격도 원상복구 되겠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을버스 ‘마포07’ 노선 단축 시행 / 사진 = 마포구청 공식 블로그
↑ 마을버스 ‘마포07’ 노선 단축 시행 / 사진 = 마포구청 공식 블로그

마포구청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마포07’의 노선을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류소 수를 기존 42개에서 32개로 단축하는 방안입니다. 축소된 노선에는 이대전철역, 이대입구 등의 정류소가 사라졌습니다.

해당 노선을 관리하는 승마교통 측은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어 불가피하게 노선을 축소하게 됐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커 민원이 계속 들어오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운행 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을버스 ‘마포07’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 마을버스 ‘마포07’ / 사진 = 우한나 인턴기자


전경민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코로나19가 잠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오미크론 변이 유입과 확진자 급증으로 대학가 상

권은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 상황 속에 있다”며 “대면 수업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가의 유동인구가 늘어야 주변 상권이 회복될 수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우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u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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