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진술 부정확해도 유죄

【앵커멘트】
성폭행을 당한 아동이 진술을 구체적으로 못하더라도, 진술에 일관성이 있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진택 기잡니다.

【기자】
15살 A양은 지난해 수년 동안 감춰 왔던 충격적인 사실을 언니에게 털어놨습니다.

2005년 아동보호시설을 운영하던 목사 오 모 씨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고, 심지어 수4차례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때였습니다.

결국, 오씨는 A양 언니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성추행 혐의만 인정하고, 성폭행은 무죄로 판단하면서 오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양이 다른 보호시설로 옮기고 나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만큼, 믿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어린 피해자가 3년이나 지난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판단을 달리한 겁니다.

재판부는 A양이 범행 수법 등을 한결같이 진술하고 있어 오 씨의 성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진술의 구체성보다는 일관성을 중요하게 여긴 겁니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어린이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성폭행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임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