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를 읽다 보면 조조가 닭갈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먹으려 하면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까운 게 이유였습니다.
조광래 감독과 이동국을 지켜보는 축구팬 중에서 삼국지를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전광열 기자입니다.
【기자】
폴란드전 선발출전 45분, UAE전 교체출전 10분.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는 이동국의 초라한 대표팀 성적표입니다.
15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던 이동국은 팀 전체가 무기력했던 폴란드전 때는 뭔가 해보기도 전에 벤치로 물러났습니다.
UAE전 때는 갑자기 다친 박주영을 대신해 10분 정도 뛰었습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속팀 전북에서는 팀 전술의 중심에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교체 공격수입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선발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고개를 젓습니다.
▶ 인터뷰 : 조광래 / 축구대표팀 감독
- "이동국 선수도 최강희 감독이 걱정하는 그런 부분보다는 자기 기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어느 상황에서 자기에게 오는 플레이를 다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UAE전에서 선발 출전했던 지동원과 구자철이 부진했지만, 조광래 감독은 이동국을 내보내며 전술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생각하는 이동국의 대표팀 내 위치를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동국의 활용 방안을 다시 생각하거나, 이동국이 백의종군한다는 각오를 굳히지 않는다면 '잘못된 만남'으로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