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선배의 거짓말,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맞서며 벌인 법정투쟁. 마침내 나온 무죄 판결.
영화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지난 17개월 동안 청소년축구대표 출신 온병훈에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전광열 기자입니다.
【 기자 】
경기가 시작됐지만 온병훈은 녹색 그라운드가 아닌 회색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온병훈은 지난해 6월 프로축구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받았습니다.
승부조작의 주범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선배가 온병훈에게 돈을 건넸다고 둘러댄 겁니다.
▶ 인터뷰 : 온병훈 / 축구선수
- "재판 같은 것 받으면서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나. 잠도 잘 못 자고 정말 너무 억울해서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승부조작 가담으로 의심받은 경기가 열린 2010년 8월7일은 공교롭게도 26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온병훈이 운명의 장난과 맞설 수 있던 건 축구에 대한 목마름이었습니다.
"축구 너무 하고 싶고 제가 잘못한 것도 없고 떳떳하다 보니까 사람들 시선 같은 것 신경 안 쓰고 그 힘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부산고등법원 창원지부는 지난 9일 2심 공판에서 선배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온병훈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7개월의 법정 공방 끝에 '주홍글씨'를 지운 온병훈의 바람은 소박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경기장 오니까 너무 가슴 벅차고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한 경기 한 경기 할 수 있을 것 같고 절실한 마음인 것 같아요."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bn.co.kr]
영상취재 : 최선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