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추진 당시부터 말이 많았던 경남FC의 QPR 초청이 결국 탈이 나는 모양새다. QPR이 한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현지보도가 나오고 있다.
영국 런던의 지역지인 풀럼&해머스미스 크로니클은 'QPR이 7월 한국 투어를 취소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우리는 올 시즌 비참한 결과를 얻었다. 내 생각에는, 유럽에 머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QPR 페르난데스 회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 방문이 무산될 것이라는 보도를 전했다.
QPR로서는 당연한 결정이다. 시즌을 앞두고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거물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 팀을 새롭게 꾸렸음에도 돌아온 결과는 2부 강등이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아시아에 가서 잃어버린 돈이나 벌어오라고 지시한다면 QPR 구단주는 정말 한심한 사람이다.
문제는 경남FC다. 박지성과 윤석영의 소속팀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친선경기를 추진한 경남이 제대로 망신을 당하게 됐다. 이미 성사된 계약을 운운하면서 ‘억지춘향’격으로 QPR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된다한들 그림이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이 QPR을 초청한다고 했을 때부터 좋지 않았던 여론은 차가울 데로 차가워졌다. 실상 출발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경남FC의 선택이었다.
경남FC의 안종복 사장은 지난 4월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QPR 구단과 7월19일 친선전을 치르기로 합의했다”면서 “박지성과 윤석영이 반드시 뛰는 조건을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축구 관계자들도 갸웃했던 결정이다. 왜 QPR이 대상이냐는 의문부호였다. 당시도 QPR은 강등이 유력한 팀이었다. 박지성의 소속팀이기에 인간적인 정이 동해 계속해서 잔류에 대한 가능성이 조명됐을 뿐, 2부 리그로 떨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요컨대, 2부리그 클럽을 굳이 초청할 이유가 있느냐는 시각이 적잖았다. 잉글랜드 2부 팀을 보면서 멋지다고 환호성을 부를 시대는 아니다.
물론 이유는 박지성이었다. 경남FC 측은 “혹시 박지성이 투어 이전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결정돼도 같이 한국을 찾아 친선전을 마무리할 것”고 밝혔다. 결국 ‘박지성의 소속팀’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 초청이었다. 안종복 사장은 “박지성은 한국축구의 영웅이다”는 말과 함께 경남 팬들에게 한국 축구의 영웅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번만 곱씹으면 이 사고도 이해하기 힘들다. 시즌을 앞두고 받았던 주장완장도 박탈당했고, 경기에 나서는 것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팀은 결국 2부로 추락했다. 초라해진 국민 영웅이 고국 무대라 해서 고개를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숨고 싶은 박지성을 고국 팬들 앞에 내세우는 건 '고문'에 가깝다.
심지어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정말 코미디가 되는 상황이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 오점과 같은 팀과 함께 무슨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웃는 낯으로 친선경기를 뛰고 싶을까. QPR의 2부 강등이 결정되면서 박지성의 거취는 다른 둥지를 찾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방문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다른 한국선수 윤석영은 QPR 이적 후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영표의 후계자라는 수식을 받으면서 대형 측면수비수 부재에 목말라하고 있는 한국축구의 단비 같은 존재였으나 QPR에 입단하면서 외려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 부푼 희망을 품고 축구종가의 땅을 밟았는데 좌절감이 적지 않다. 금의환향은 아닐지언
전체적으로 무리수가 많았던 경남FC의 QPR 초청이다. 한국 축구의 영웅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초라하게 만든 QPR을 ‘모셔오겠다’는 발상부터 한참 모자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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