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윤석민(KIA)과 박희수(SK), TV 브라운관으로 마운드 위에 서서 공을 던지는 걸 본 건 두 달 전이었으니 꽤나 까마득하다. 다들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소속팀에 돌아왔으나, 다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동료들과 달리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온전치 않은 몸을 추스르고 완벽한 컨디션을 갖추기 위해 하염없이 재활 운동을 해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다. 그러나 그 둘을 기다렸던 이들의 기다림도 참 애가 탔고 목말랐다. 하루 차이로 1군 엔트리에 등록한 윤석민과 박희수는 지난 4일 나란히 시즌 첫 경기이자 복귀 무대를 가졌다. 그리고 애타던 기다림의 보람이 있었듯이, 그들은 건강하게, 그리고 강해져서 돌아왔다.
윤석민은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임준섭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택근에게 1점 홈런을 맞은 걸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 시즌 첫 연패로 자칫 기나긴 수렁에 빠질 수 있었던 팀을 구해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기 감각을 더 키워야 한다”던 선동열 감독의 발언은 지나친 겸손이었다. 윤석민은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49km의 빠른 빅구와 최고 141km의 광속 슬라이더로 요리했다. 오랜만에 뛰는 1군 무대인데도 애를 먹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완벽했다. 윤석민도 “100% 컨디션을 올린 것 같아 만족한다”고 기뻐했다.
SK가 4-0으로 앞선 가운데 등판해 세이브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 송은범, 채병용 등을 잇달아 마무리로 썼으나 박희수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애간장을 탔던 SK다. 마무리 박희수의 복귀는 그간의 고민을 해결하는 동시에, 불펜이 취약했던 SK에게 큰 힘이다. 최소 1이닝은 거뜬히
기대가 컸던 반면 약간의 우려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윤석민과 박희수는 자신의 명성대로 그 실력 그대로 보여줬다. 반가운 복귀다. 그리고 둘이 다시 서는 날을 기다렸던, 그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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