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선동열(KIA 타이거즈 감독)이 형형색색 꽃풍선 한 다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1992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올스타전 입장식에서 서군 투수인 선동열이 풍선을 들고 마운드에 오른 모습이다. 당시 선동열은 ‘무등산 폭격기’로 불러질 정도로 각 구단의 모든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아니었다. 마치 소풍 나온 어린아이마냥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선 마운드를 호령했던 ‘무등산 폭격기’의 위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정식경기에서 공을 던질 때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포스를 내뿜었다. 선동열은 현역시절 0점대 방어율을 5차례나 기록하며 ‘국보급 투수’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당시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모든 언론에서는 선동열의 승리보다 패전투수가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톱뉴스로 자리 잡을 정도였다. 스포츠 신문 기자들 역시 선동열이 등판하는 날은 “이겨도 1면, 져도 1면”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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