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대형 수비수라 찬사를 아끼지 않는 홍정호가 오랜 공백 끝에 드디어 필드로 돌아온다. 1년 여 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복귀를 신고할 무대는 FA컵 32강전이다.
제주유나이티드가 8일 오후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건국대학교와 ‘2013 하나은행 FA컵’ 32강전을 치른다. FA컵의 묘미인 ‘반란’을 생각할 때는 흥미요소가 있으나 아무래도 대학교 후배들과의 대결이라 관심은 떨어지는 매치업이다. 그러나 이 경기는 몇몇 이들에게 특별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홍정호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괜한 표현인 승승장구가 아니다. 홍정호는 2012년 시즌 초반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위클리베스트 수비수 부문에 4회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주가를 드높이고 있었다. 제주 박경훈 감독으로서는 낙담할 수밖에 없는 비보였다. 박경훈 감독 이상으로 좌절한 이가 홍명보 감독이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홍명보 감독에게 홍정호의 낙마는 청천벽력이었다. ‘홍명보의 아이들’ 중에서도 리더였고 수비라인의 핵이던 홍정호의 이탈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였다. 그 침착한 홍명보 감독도 “충격적이다. 홍정호가 빠지면서 와일드카드 운영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로서 그가 팀의 중추였다는 속내를 가감 없이 전한 바 있다.
괴로운 것은 올림픽대표팀 뿐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2014년 브라질월드컵용 센터백으로 각광받던 홍정호의 부상은 A대표팀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 3차 예선과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던 대표팀의 수비라인을 지켜보며 ‘홍정호’가 떠올랐을 이들이 한둘 아니다. 그랬던 홍정호가 돌아온다.
제주의 박경훈 감독은 “홍정호를 건국대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시킬 예정이다”라고 이례적으로 못을 박아버렸다. 그만큼 기다렸다는 뜻이고 또 그만큼 준비가 됐다는 방증이다.
딱 1년여의 방황 끝에 컴백을 앞둔 홍정호 역시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할 생각이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전했다. 각오는 비장하나 불안함이 없다면 거짓이다. 그는 “다시 잘할 수 있을까, 또 다치진 않을까 걱정도 있다”면서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싶다”는 말로서 복귀전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그 두려움과 설렘은 비단 홍정호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팀의 간판 플레이어이자 리그를 대표한다는 표현에도 손색없는 수비수를 그냥 썩히고 있었던 박경훈 감독은 누구보다 이 순간을 기다렸을 당사자다. ACL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FA컵 우승 혹은 정규리그 3위 진입을 노리고 있는 박경훈 감독의 목표달성을 위해 홍정호의 연착륙은 중요한 키워드다. 설레는 이들은 또 있다. 국가대표팀과 맞물린 시선이다.
당장 홍정호가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 6월에 치러질 최종예선 3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래도 공백기가 길어 섣부른 합류는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년 뒤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생각한다면 홍정호의 가세는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표팀 수비진은 불안한 게 사실이다.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비가 튼튼해야한다. 아시아 국가들과 본선진출국의 레벨은 또 다르다. 그런 화력에 대응하기 위해 수비진 보강이 절실한 국가대표팀 상황을 감안한다면, 홍정호의 복귀는 천군만마와 같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강희 감독이나
뜻하지 않게 방황하던 대형 수비수가 인고의 세월 끝에 필드로 돌아온다. 본인이 가장 설레겠으나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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