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고베) 김원익 기자] “아직 멀었습니다. 팀이 지고있는데 4번타자가 웃을 수는 없죠.”
4번타자 이대호의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2012년 오릭스 버펄로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부동의 4번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대호. 지난해 전 경기에 이어 올 시즌까지 전 경기에 출장해 4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오릭스의 4번과 이대호는 당연한 공식이자 확고한 신뢰다.
타율 4할에 육박했던 이대호의 뜨거운 컨디션과 함께 오릭스도 시즌 초 좋은 분위기를 탔다. 그러나 성적이 점차 떨어지더니 5월 시작부터 6연패에 빠지며 퍼시픽리그 최하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모처럼 8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서 이토이 요시오의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4-2 신승을 거두고 연패를 탈출했다.
5월 6경기서 2안타에 그치며 부진, 팀의 연패를 막지 못했던 이대호의 표정도 모처럼 활짝 펴졌다. 이날 이대호는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이토이의 홈런으로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예감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서면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다. 이날 이대호는 배팅 훈련에도 팀 타격에 주력했다. 우투수의 공은 주로 당겨치고, 좌투수의 공은 밀어치는데 주력하며 질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데 신경을 썼다.
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안타를 생산하는데 애쓰는 모습. 이날 이대호는 날카로운 타구를 자주 날리기도 했지만 100% 만족하지는 못하는 표정이었다. 타격감이 기대만큼은 아닌 듯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타격에 임했다. 그러다 이대호가 아쉬운 타격 이후 큰 소리를 내고 기합을 넣으며 자신을 자책하자 벤치의 코치진과 그라운드에서 이대호의 이름을 외치는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가까이서 본 이대호를 향한 오릭스 선수단의 믿음과 관심은 지대했다. 그러나 이대호의 책임감은 그 이상이었다.
훈련 종료 후 만난 이대호에게 모처럼만에 본 환한 미소에 대해 묻자 “아직 멀었다. 팀의 4번타자가 팀이 지고 있는데 어떻게 웃을 수 있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자신의 활약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이대호는 팀 승리에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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