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김남일과 설기현 그리고 이천수, 2002월드컵을 누비던 삼총사가 2013년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는 것은 신기한 그림이다. 김남일과 설기현이 지난해 인천에 입단했고, 풍운아 이천수가 우여곡절 끝에 2013년 합류하면서 성사된 그들의 만남은 올 K리그 클래식의 큰 이슈였다.
하지만 리그 개막 후 2달이 지나는 동안 세 선수가 실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실전경험이 떨어진 이천수 때문이 아닌, 부상에 시달렸던 설기현 탓이다. 설기현은 지난 3월3일 개막전 이후 개점휴업 상태로 보냈다. 다리 근육이 문제였다. 때문에 2002월드컵 삼총사가 동시에 필드를 누비는 경기는 아직까지 없었다.
선발로 뛰고 있던 김남일 이천수와 함께 드디어 세 선수의 동반출격이 인천의 홈에서 현실이 됐다. 설기현은 최전방에서, 이천수는 측면에서 그리고 맏형 김남일이 중앙에서 뒤를 받치는 모습은 확실히 이색적이었다. 세 선수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을 누비는 것은 상상 속에서도 쉽지 않았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번갈아 가면서 세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다른 20명의 선수들과 힘을 합쳐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던 그들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혀 손색없는 플레이를 펼쳐주었다. 그때에 비해 힘이나 스피드가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대신 여유와 노련미가 충분히 보완해주었다.
김남일의 경기 조율 능력은 대표팀 복귀설까지 진지하게 나돌 정도로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로 비딱하게 바라보기에는 실력이 너무 출중했다. 승부근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천수의 적응력도 기대 이상이란 평이다. 아무리 이천수라지만 3~4년의 공백기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역시 이천수라는 반응이 더 많다.
이제 막 부상을 털고 돌아온 설기현은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함이 맞다. 하지만 특유의 선이 굵은 움직임과 수비를 등지고 공을 컨트롤 하는 모습은 위협적인 공격수임에 틀림없었다. 무엇보다 3명의 거물이 한 곳에서 뛰고 있다는 시너지가 후배들에게 전달된 무형의 에너지는 가늠키 어렵다.
김봉길 감독은 “남일이나 기현이, 그리고 천수 모두 자기관리는 누구보다 뛰어난 선수다. 내가 일일이 말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후배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한다. 그들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 후배들이 얻는 게 많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냥 이름값으로 후배들을 설득할 때는 지났다. 하지만 실제로 인천유나이티드의 후배들은 많은 것을 얻고 있었다. 세 선수들이 필드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면 ‘귀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후배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아니 자랑스러운 수준으로 2013년을 누비고 있다.
비록 세 선수의 첫 ‘합체 경기’는 아쉽게 0-0 무승부로 끝났다. 시종일관 인천이 경기를 주도했으나 끝내 제주의 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설기현이 투입된 후반의 양상이 더 뜨거웠다. 제주 박준혁 골키퍼의 몇 차례 선방과 이천수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불운 등이 아니었다면 인천이 잡았을 경기다.
아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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