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조지아 애틀란타) 김재호 특파원] 미국은 넓고 광활하다. 웬만한 주(州 )면적이 한국보다 넓다. 땅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고, 사람이 많은 만큼 모든 것들이 복잡다양하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동시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 미국이다. 그곳에 홀몸으로 부딪힌 이가 있다. 전 LG트윈스 투수 김기범(48). 1999년 은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성공의 열매를 키워나가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교외의 한 야구장. 허름한 야구장 마운드 위에서 한 소년이 공을 던지고 있었다.
“오른발을 킥 했을 때 바로 들어와야지, 틀지 말고!”, “지금은 컨트롤이 중요한 게 아니야. 여기 안으로만 들어오면 돼! 그렇지!”
소년이 힘차게 공을 던질 때마다 마운드에서 공을 받아주는 그의 목소리도 커졌다. 소년의 이름은 피치트리리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원진(15)군. 김기범 ‘코치’에게 개인 교습을 받은 지 3개월째인데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란다.
김 코치는 “장차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 소중한 자료가 될지 모르니 열심히 찍어달라”며 밝게 웃었다. 조금 전에는 눈치 채지 못했는데, 야구장에 발을 들이니 표정이 참 밝아보였다.
“물고기도 물에서 잘 노는 법 아니겠는가. 아직은 야구장이 더 편해 보인다” 땀을 닦는 모습은 마운드에 섰던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세탁소 직원부터 사업가까지
“지도자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잠깐 연수 받고 돌아가서 ‘코치 자리 달라’고 말하기 싫었다. 지도자 수업을 하기 전에 세상을 배우고 싶었고,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정착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세탁소에서 바지를 다리기도 하고, 타일을 붙이기도 하고, 보석상에서 일하기도 했다. 심지어 초밥 만드는 법까지 배웠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갔다.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 결과,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는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한다.
“3~4개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사업은 스포츠 라이센스 관련 사업이다.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메이저리그로부터 한국기업을 광고할 수 있는 권리를 따내기도 했다. 당시 유영구 KBO 총재가 시구를 한 것도 우리 회사에서 연결시켜 준 것이다. 이후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한국기업 광고를 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웃음). 지금은 NBA 라이센스를 활용한 가방을 준비 중이다.”
그는 기자에게 새로 준비중인 사업 아이템 사진을 보여줬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또 다른 승부사의 모습이 느껴졌다. 편안한 길도 있었지만, 그는 굽이진 비포장도로를 선택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조)계현이나 다른 동기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얘기를 하다 보면 동기들이 ‘네가 더 낫다’며 나를 부러워한다. 야구인으로서 열심히 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코치 복귀? LG가 아니면 안 간다
시작은 사회인 야구였다. 애틀란타 지역 한인 사회인야구의 틀을 갖춘 그는 지금은 청소년 야구팀인 ‘팀360’에서 무보수로 코치를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원진 군을 비롯한 두 명의 좌완 투수를 개인 지도하고 있는데, 원진 군은 조만간 이 팀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개인 교습이라고 해서 큰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연봉의 10%를 받기로 했다”며 밝게 웃었다.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그는 이것이 적성에 맞는다며 좋아했다.
“주위에서 말하기를, 애들을 가르치다 보면 화내고 신경질 낼 때가 많은데, 나는 전혀 안 그런다며 신기해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감이다. 머리가 먼저 바뀌어야 몸이 빨리 받아들인다. 애들을 가르칠 때 이점을 제일 중요시한다. 내가 잘못 가르치는 게 있으면 바로 미안하다고 직접 사과한다. 또한 부모와의 교감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들에게 훈련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를 도와줄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지도자 생활의 또 다른 전환점을 준비 중이다. 9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벌서부터 참가를 원하는 선수들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7월에 트라이아웃을 할 예정이다. 팀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트윈스로 이름을 지을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LG에서도 지원을 해주지 않겠는가(웃음). 코치들 월급 챙겨줄 정도면 된다.”
장차 그는 10~11세 야구 유망주들 대상으로 하는 단기 유학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싸이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은 언어 능력이 됐기 때문이다. 10~11세면 너무 어리지도 않고, 외국어를 배우기도 좋은 나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단은 사업이 우선이다. 여기서 진행 중인 사업이 자리 잡힐 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다. 가게 되면 화려한 자리보
어떤 팀을 가고 싶은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무조건 LG다. 나는 LG아니면 안 갈 거다.”
中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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