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 출범 이후 우승의 뜨거운 맛을 보지 못한 두 팀은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 뿐이다. 그중 한 팀, LG가 승부수를 던졌다. 과감한 베팅이다. 리빌딩 선언과 함께 신구 조합을 완성시켰다.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LG는 지난 20일 마지막 남은 FA 최대어 문태종을 영입했다. 베팅액이 무려 6억8000만원. 인센티브 6800만원이 포함된 금액. 문태종은 우리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서른아홉에 최고 연봉선수가 됐다.
하지만 LG의 사정은 달랐다. 치밀한 시나리오였다. LG는 지난 시즌 리빌딩 작업에 들어갔다. 플레이오프 고의 탈락 의혹을 받으며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결정적 사건은 외국선수 로드 벤슨의 트레이드. 시즌 종료 후 벤슨 이적 보상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가드 김시래였다. 비난을 감수하며 강행한 납득이 가는 출혈이었다.
LG가 얻은 것은 많다. 올해 신인 및 외국선수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쥐고 있다. 경희대 3인방인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비롯해 고려대 가드 박재현이 로터리픽 후보로 떠올랐다. 4명 모두 동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서 이름값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신인들은 물론 양우섭, 기승호, 김영환 등 기존 멤버들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외국선수 카드까지 맞추면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또한 문태종은 보상 규정이 적용되는 보수 서열 30위 내에 들지만 35세 이상 선수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올해부터 바뀐 FA 제도도 계산했다. 문태종은 가장 높은 첫해 연봉을 제시한 구단과 최고 금액의 90% 이상을 제시한 구단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었지만, LG는 그 이상을 적어냈다. 다른 팀의 예상 범주를 벗어난 베팅의 배경이다.
문태종의 가치 평가는 이런 잣대에서 이뤄졌다. LG는 경험이 부족하다.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베테랑이 필요했다. 문태종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선수다. 해외 무대 경험은 물론 인천 전자랜드에서 3년간 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LG의 베팅은 계약기간에 노림수가 있었다. 문태종의 계약기간은 1년이다. 다음 시즌 승부수를 던진 LG로서는 문태종의 다년 계약이 의미가 없다. 또 나이를 고려했을 때 1년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LG 구단 관계자는 “우선 문태종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1년 계약 이후 재계약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선택권은 또 있다”며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아까운 금액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태종은 경기력 뿐 아니라 베테랑으로서 산술하지 못하는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못 박았다.
문태종은 모범적인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LG의 젊은 선수들이 그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인 것은 사실이다. LG는 이번 베팅으로 농구선수로서는 황혼의 문태종에게 확실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프로농구 최고 유망주와 베테랑을 모두 손에 넣은 LG의 목표는 창단 첫 우승이다. 김완태 LG 단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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