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LG, 이대형만 남았다…나쁜 ‘나쁜 습관’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쟤가 좀 잘 돼야 할 텐데….”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지난 26일 잠실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한 선수를 가리키며 탄식했다. 김 감독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이대형이 있었다. 김 감독은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서…”라며 씁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대형은 최근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중반 1군에 합류한 뒤 2할5푼 이상을 때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지만, 최근 3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출루율도 좋지 않다. 3경기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횟수는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이대형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공을 들였던 LG 코칭스태프로서는 속이 타는 노릇이다. 그 문제의 습관이 도대체 뭘까. 빨리 열리는 어깨 뿐이 아니었다. 김무관 LG 타격코치가 진단을 내렸다.
김 코치는 이날 이대형을 붙잡고 특타를 실시했다. 끊임없이 조언을 하며 이대형의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 특수 제작된 긴 방망이를 이용해 스윙 궤도도 잡았다. 김 코치가 내린 총체적 진단에 따른 훈련이었다.
김 코치는 “대형이도 분명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식을 하고 있다. 내가 옆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인식을 하면서 훈련을 하라는 말밖에 없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김 코치는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발도 도망가고, 한 손도 놓지 못한다. 또 스윙 궤도도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좋지 않다”며 “총체적으로 안 좋은 습관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왜 이런 과정과 결과가 계속 반복될까. 김 코치는 “높낮음이 다르거나 빠르고 느린 어려운 공이 들어오면 나쁜 습관이 다시 나오는 것이 문제”라며 “스윙 각도와 잡아주는 자세가 항상 똑같아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인식하고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심리적인 불안과 조급함이 다시 예전의 안 좋은 습관을 부르고 있다는 의미다.
이대형은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다. 빠른 발과 수비 능력은 이미 검증된 톱타자. 하지만 지난해부터 뚝 떨어진 타격 침체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형의 부진으로 1번타자를 맡고 있는 오지환도 지금 자리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오지환은 “LG의 톱타자 자리는 언제나 이대형 선배라고 생각한다. 모든 점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빨리 돌아와주셨으면 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런 간절한 마음 때문일까. 오지환은 최근 이대형의 배트를 빌려 경기에 나서고 있다.
LG는 화끈한 한 주를 보내며 공동 6위에 안착했다. 3위 두산과도 3.5경기차로 좁혔다. 투타의 밸런스와 조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까다로운 삼성-SK전 위닝시리즈를 챙기며 ‘더 강해질 자격’도 얻었다. 이젠 LG의 영원한 숙제로 남아버릴 것 같은 이대형의 부활 퍼즐만 남은 셈이다.
김기태 감독은 비판 여론 속에서도 정의윤을 믿고 기다렸고, 정의윤은 지난 26일 잠실 SK전 끝내기 2루타로 확실히 보답했다. 이대형의 차례는 몇 번을 돌았다. 나쁜 습관이 참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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