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악조건이었던 것을 인정한다.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가 워낙 흉흉해 심리적으로 동요가 있었을 것이다. 움푹 들어간 잔디의 모습이 보일 정도의 경기장 상태도 엉망이었고, 레이저 불빛들이 날아다니는 비매너도 좋은 경기를 방해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들어갔을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골키퍼보다도 잘 막던 골대에게 막혔다. 분명 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감안해도 졸전이었다.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경기였으나 승점 1점에 그쳤다. 패배가 종료 직전 무승부로 바뀌었으니 그래도 천만다행인 결과다. 하지만, 돌아봐 되짚는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집중력 결여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
골대를 맞고 나온 것까지 선수의 탓을 하는 것은 매몰차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방향까지 지적하는 것은 너무 냉정하다. 하지만, 똑같이 아쉬워도 무언가에 홀린 듯 골대를 때리거나 골키퍼 손에 맞춰주는 것과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슈팅이 있다. 레바논전에서의 불운은 후자에 가깝다.
이동국을 비롯해 공격수 대부분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장면이 수두룩하다. 어차피 ‘킬러’는 작은 차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법이다. 발끝의 방향이 조금만 달랐다면 골대가 아니라, 골키퍼의 손이 아니라 골망을 흔들었을 슈팅이 수두룩했다. 좀 더 침착했다면, 보다 준비를 했더라면 유효슈팅이 아닌 득점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결국 집중력의 차이었다.
수비수들도 마찬가지 지적을 받아야겠다. 물론 핑계거리는 있었다. 왼쪽부터 김치우 곽태휘 김기희 신광훈으로 짜여진 포백은, 실전에서 가동된 적이 없는 생소한 조합이었다. 실전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없기에 유기적인 호흡에 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야했다. 그러나 결국 극복해야할 문제다. 경험이 부족하면 더더욱 정신력이 강했어야 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이 역시 집중력 결여였다.
레바논의 공격은 대부분 역습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르게 카운트어택을 노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미리 대비만했다면 손쉽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맥없이 지켜보고 있으면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또 역습이다. 그런데 후자가 종종 나왔다. 레바논의 역습은 슈팅까지 이어진 게 여러 번이다. 그만큼 약속된 마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
운이 없었던 경기다. 사실, 어지간한 경기였다면 2~3골도 터질 수 있었던 아쉬운 장면이 여럿이다. 하지만 결국 추가시간에 터진 김치우의 동점골도 상대 벽을 맞고 굴절돼 들어간 것이니 운도 따른 결과다. 탓을 돌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 불운보다 먼저 탓해야할 것은, 부족했던 선수들의 집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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