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런 게 친정의 사랑(?)인가. 베푸는 게 참으로 푸짐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비룡군단 출신 타자들에게 유난히 ‘사랑의 매’를 많이 맞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경기를 그르친 게 많았다. 옛 SK 타자들이 비수를 제대로 꽂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SK를 떠나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은 야수는 총 3명이다. 이호준과 모창민은 NC 다이노스로, 권용관은 LG 트윈스로 갔다.
NC가 다른 8개 구단을 상대로 우세한 전적을 보이는 건 SK(5승 3패)와 LG 트윈스(4승 2패)다. SK를 상대로 가장 많은 5승을 챙겼다. SK에게 유난히 강했던 데에는 이호준과 모창민, 비룡 출신 타자들의 맹활약이 뒷받침됐다.
SK는 지난 5일 마산 NC전에서 5-11로 패했다. 팽팽하던 흐름은 6회 깨졌는데, 이호준의 만루포 승부는 끝났다. 이호준은 이날 만루홈런을 비롯해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홀로 7타점을 올렸다. 볼넷 2개도 얻어 100% 출루를 자랑했다.
SK를 상대로 유난히 잘 쳤던 이호준이다. 지난 4일 경기에서도 홀로 3안타를 때렸다.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안타다.
팀별 성적에서도 매우 잘 드러나는데, 이호준의 SK전 기록은 어느 팀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많았다. 25타수 11안타로 타율이 4할4푼에 이른다. 시즌 타율이 2할7푼4리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불방망이다. 홈런도 3개나 쳤고, 타점도 가장 많은 12점을 올렸다. 볼넷도 8개로 가장 많이 걸어서 출루했다.
비룡군단의 넘치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호준이다. 이호준이 타점 1위(47점)에 오른 것도 다 SK전의 좋은 성적 덕분이다. 동료들에게 이제 ‘저승사자’가 따로 없지만, 이호준에게 SK는 ‘최고의 도우미’다.
모창민도 다르지 않다. 모창민의 SK전 성적표 역시 ‘A’다. 보호선수 명단에서 자신을 제외시킨 친정을 상대로 강세를 보였다.
SK전 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푼8리를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전(5할6푼3리)과 두산 베어스전(4할) 다음으로 잘 쳤다. 시즌 타율인 3할4푼6리보다 뛰어난 타격 감각을 자랑했다. 모창민은 올해 홈런 2개를 날렸는데 모두 전 홈구장이었던 문학구장에서 기록했다.
모창민은 지난 5일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2볼넷의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그 전날에도 5번을 맡아 4타수 2안타를 치면서, 3
친정만 만나면 더욱 힘을 내는 이호준과 모창민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옛 동료에게 유난히 베푸는 게 많은 비룡군단이기도 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다. SK가 NC를 잡기 위해선 두 비룡군단 출신 타자들에 대한 사랑부터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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