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손민한(NC 다이노스)이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1407일만의 승리보다 내용이 훨씬 더 희망적이었다.
손민한은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11-5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전력분석원 스피드건으로는 146km라는 직구 최고구속이 찍혔다.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위력이었다.
면도날 제구력도 여전했다. 직구는 가끔씩 다소 높은 감도 있었지만, 몸쪽과 바깥쪽을 위력적으로 공략했다. 특유의 노련한 투구로 SK타자들을 요리했다. 꿈틀거리며 미트에 꽂히는 130km후반에서 140km 초반대의 투심패스트볼은 전성기 못지않은 위력이 있었다. 손민한은 투심 외에도 체인지업과 커브를 적절하게 섞어 손쉽게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해냈다.
이날 볼배합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초반은 빠른 직구를 보여준 이후 적재적소에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손쉽게 범타를 유도해냈다. 그러면서도 다시 직구를 결정구로 가져가서 삼진을 솎아내는 등, 변화무쌍한 선택으로 SK타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4회 이재원과 박정권에게 145km 직구, 144km 직구를 던져 루킹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은 이날의 백미. 탄성이 쏟아지는 장면이었다. 이날 손민한은 5회 볼넷과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이후 정근우에게 맞은 우익수 오른쪽 방면의 안타를 허용해 유일한 실점을 했다. NC야수들은 안정적인 수비로 손민한을 든든히 지켰고, 상황마다 손민한도 미소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1378일만의 등판이었지만 긴장감은 없었다. 아니 있었다 할지라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특유의 부드럽고 편안한 폼으로 공을 쉽게 쉽게 던진다는 인상이 강했다. 노련한 배짱과 마운드 위 강심장도 여전했다.
이날 경기 종료 후 손민한은 방송사 수훈 인터뷰를 통해 “긴장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다소 오버페이스를 한 감이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손민한의 말대로라면 구속은 다소 떨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투구는 노병의 투혼 이상의 경쟁력을 증명한 내용이었다. 향후에도 이날과 같은 투구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붙지만
5일 마산구장에는 평일치고는 굉장히 많은 숫자인 1만175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과거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며, 부산 경남팬들을 기쁘게 했던 손민한의 향수를 떠올린 것.
하지만 손민한은 ‘과거의 향수’가 아닌 당당한 경쟁력을 가진 투수로서의 ‘현재’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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