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LG ‘캡틴’ 이병규(9번)의 웃음이 많아졌다. 지난 6일 잠실 두산전 8회말 짜릿한 결승 솔로포를 터뜨린 김용의가 ‘순국선열’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자 이병규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이병규의 해맑은 잇몸 미소가 얼마만인가.
LG가 시즌 개막 전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돌풍의 중심에 섰다. 중위권 평가조차 야박해 보였던 LG의 반란이다. 투타 모두 안정적인 베테랑의 뚝심이 흔들리는 LG를 잡아줬지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은 잠재력을 숨기고 있던 중간층이다. 신바람 야구의 향기가 돋는다.
LG는 두산과의 주중 시리즈 3차전서 지난해 풀타임 붙박이 유격수 오지환이 장염 증세로 처음 결장했다. 올 시즌 첫 선발 제외였다. 불안감이 감돌았다.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이 유격수를 맡았고, 테이블세터는 이대형과 김용의로 급수정됐다. 권용관은 경기 초반 한 차례 실책을 했지만, 안정적으로 소화를 해냈다.
그리고 사고는 김용의가 쳤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두산의 바뀐 투수 임태훈을 상대로 우월 결승 솔로포를 쐈다. 결정적인 마수걸이 한 방이었다. 김용의는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날 LG가 뽑은 5점 가운데 4점을 20대 핵심 중간층인 김용의(28), 정의윤(27), 문선재(23)가 책임졌다.
‘김정문’ 3인방은 약속이나 한 듯 돌아가며 LG에 화끈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세 명 모두 3할 타율에 15타점-15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김용의는 타율 0.314, 15타점 18득점, 정의윤은 타율 0.313, 20타점 15득점, 문선재는 타율 0.327, 16타점 17득점을 기록하며 나란히 어깨를 맞췄다. 또 3할 타율(0.274)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21타점 35득점으로 절대적 존재감을 갖고 있는 오지환(23) 역시 중간층의 핵심 자원이다.
LG는 10년의 가을야구 한을 품고 있다. 그동안 LG의 가장 큰 문제는 잃어버린 중간층이었다. 도대체 잠재력을 뿜어내지 못하고 정체된 세월에 답답함만 가슴 속에 묻었다. 같은 또래 다른 팀 20대 중간층이 알에서 깨워날 때마다 쓰라린 눈물만 훔쳤다.
올 시즌 달라졌다. LG를 부러워하는 시샘의 눈빛이 늘기 시작했다. 10년간 움츠렸던 날갯짓의 화려한 비상이 시작됐다. 11년 만에 꿈꾸는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도 이젠 현실이 됐다. 겁 없는 중간층들이 순진하기만 한 얼굴로 사고(?)를 크게 칠 기세다. LG 야구는 더 이상 노장의 전유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