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과 이란이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본능이 깨어났다. 스스로 발목을 잡았던 골칫덩어리를 단번에 해결했다. 한국은 부실했던 수비의 견고함이 단단해졌고, 이란은 허약했던 공격의 파괴력이 강해졌다.
이란이 달라졌다. 아니, 드디어 잠에서 깼다. 이란은 꾸준하게 승점을 획득했지만 ‘실리축구’에 가까웠다. 1골만 넣어도 이기는 축구(레바논전 이전까지 3승이 모두 1-0 스코어였다)를 펼쳐왔다. 승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한국, 우즈베키스탄과 경쟁했으나 행보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레바논전 이전까지 6경기에서 3골 밖에 넣지 못했다. 경기당 평균 0.5골로 레바논(3골)보다 못한 득점력이었다. 과거 아시아에서 막강 화력으로 톱클래스를 자랑했던 걸 무색하게 했다.
허나 한국의 방패 역시 단단해졌다. 한국은 모처럼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지난해 6월 레바논전 3-0 승리 이후 1년 만이다. 여러 수리공을 불렀음에도 누수가 심했던 수비라인은 이제야 안정감을 갖췄다. 주장 곽태휘를 축으로 김영권, 김창수, 김치우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빈틈 없이 수비를 펼쳤다.
어이없게 뚫리고, 또 습관처럼 세트피스마다 실점하던 광경은 사라졌다. 이 악물고 뛰는 한국 수비진을 뚫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9개월 전 타슈켄트에서와는 분명 달랐다. 우즈베키스탄이 전반적으로 수비라인을 끌어내렸다고 하나, 그들의 역습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그렇지만 유기적인 움직임과 실점� 않겠다는 집념으로 그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던 한국과 이란이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제 모습을 되찾았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방패와 창을 각각 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본래의 강인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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