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직 본선진출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확정이 됐다고 해도 이란전은 총력전이다. 이란에게는 갚아야할 빚이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제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이 전한 출사표다. 모두 공감이 되는 발언이다. 한국은 아직 브라질행을 결정짓지 못했다. 패하더라도 골득실에 따라 티켓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진행 중이다. 안일함이 끼어들 상황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열악한 훈련 여건과 이란 축구협회의 엉성한 대접, 경기 중에서의 안 좋았던 모습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갚아줘야 한다. 또, 앞으로 아시아에서의 판도까지 고려해서 반드시 이란을 꺾어야한다”는 말로 유종의 미 이상의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런 배경도 배경이지만, 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란전의 화두는 최강희 감독이 말한 ‘전혀 다른 축구’다. 어렵지 않게 속뜻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전까지의 경기는 아무래도 ‘결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시원한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정’인 동시에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상태에서 맞붙은 마지막 경기에서는 과거 부진을 만회하는 내용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어쩌면 이란이라는 대상에 대한 복수보다 더 중요한 화두다. 근래 한국 축구대표팀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핵심은 ‘내용’이 탐탁지 않은 영향이 크다. 가까운 3경기만 봐도 그렇다.
지난 3월 홈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5차전에서 한국은 종료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골로 2-1 신승을 거뒀고, 6월5일 레바논 원정에서도 지독한 골 불운 속에서 역시 후반 막바지 김치우의 프리킥 골로 어렵사리 1-1 무승부를 거뒀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1-0으로 이기기는 했으나 상대 자책골에 편승한 승리였다.
승점을 쌓으면서 브라질행에 가까워지기는 했으나 이런 내용으로는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더 냉정하게, 최강희 감독이 숱한 질타를 받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다.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서는, 정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축구’가 나와 줘야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축구계 선후배들의 간곡한 삼고초려와 함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긴 시간 동안 ‘희생’했던 최강희 감독의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서도 ‘다른 축구’가 필요하다.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목표치에 도달시키고도 비난을 받는 안타까운 그
비기기만 해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대업을 완성시키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진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혀 다른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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