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유행어를 전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조금 말을 바꿔 “이제 와서 이러시면 안됩니다”가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맘때면 국가대표팀 후임 사령탑을 결정해야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겨울,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하기 위해 지휘봉을 잡으면서 “내 임기는 최종예선까지”라고 못 박았다. 떠날 때를 알고, 자신의 소임인 월드컵 본선진출에 초점을 맞춰 팀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이다. 이제 그 임기는 일주일 남았다. 오는 18일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이 시작할 때 그가 말한 떠날 때다.
함께 행사에 참석한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최종예선이 끝날 때까지 (후임 감독 선임과 관련한)어떤 작업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최강희 감독 체제로 계속 갈 수도 있다”는 말로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그냥 협회 관계자의 말이 아니라 회장과 부회장의 입을 통해서 ‘유임’이란 단어가 나왔다.
어떤 방향으로 돌려보아도 좋은 해석이 나오지 않는 발언이다. 일단 최종예선이 끝나고 최강희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정몽규 회장의 속뜻이 무엇인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왔다. 심지어 “난 정말 (연임에 대해 생각한 것은)0%다. 지금껏 똑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왜 밖에서는 달리 듣고 달리 해석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까지 표했던 그다.
그렇게 소리쳤는데 못 들었다고 딴청피우는 격이다. 지금부터 약 한 달 전, 최종예선 3연전을 앞두고 MK스포츠는 <최강희 감독의 ‘so long’은 지켜져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후임 감독 선임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인데도 조용하던 축구협회의 움직임을 걱정하면서 “만약 그때 가서 감독을 물색하겠다는 것이라면 복장이 터질 일이고, 상황이 급박한데 최강희 감독이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라는 안일한 심리라도 문제다. 사실 지금 분위기 속에는 후자의 냄새가 피어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왜 슬픈 예감은 적중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석과 공석에서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은, 회장이 판을 깔고 진지하게 제안한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들린다. 사실 어떤 것이 공석이고 어떤 것이 사석인지도 모르겠다. 최강희 감독이 지금껏 말했던 공간들이 공석인지 사석인지, 자신과 독대하는 자리가 공석인지 사석인지 모호하다.
돌이켜보니 그랬다. 모셔올 때도 그랬다. 전임 축구협회장이 “지금 한국축구가 위기다. 누군가는 책임감을 가져야하지 않겠는가”라는 말과 함께 사석인지 공석인지 모를 공간에서 최강희 감독을 설득했다. 그 공간에서 최강희 감독은 사명감으로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그때도 축구협회는 나 몰라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 좋은 최강희 감독은 숙명이란 생각과 함께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랬는데 또 다시 재탕 분위기다.
양보해서, 진짜로 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에게 2014브라질월드컵까지의 전권을 주고 싶었다면 일찌감치 유임 결정을 내렸어야했다. 수장이 로드맵을 최종예선까지만 그리고 팀을 이끌었는데 길이 끝나는 시점에서 1년 뒤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처사다. 주위의 따가운 질타 속에서도 ‘본선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단기처방을 내리고 팀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이다.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정말 안 될 일이다.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이 못미더우니 반드시 바꾸라는 논리가 아니다. 지금은 ‘기본’과 ‘상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욕심도 거짓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더 뛰어난 지도자를 찾으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또 유임을 물어보겠다고 한다. 정몽규 회장의 유임 운운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20일부터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