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세계에서 5개 국가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고도 웃을 수가 없었다. 마치 탈락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경기 후 마련된 진출기념 출정식은, 축하를 받을 선수단도 축하해주러 온 선배들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그림을 만들었다. 애석한 마무리다.
마지막 경기 자체만 놓고 봤을 땐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잔칫날을 기대했던 18일 밤 울산문수경기장은 심하게 말해 초상집 같았다. 복수를 꿈꿨던 이란에게 0-1로 패했고, 비매너의 대명사였던 그들은 감독이 ‘주먹감자’를 날리고 선수들은 필드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 형편없는 행동을 보였다. 경기장으로 물병이 날아들었다.
마무리는 최악에 가까웠기에 빨리 추서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슬로건으로 잡은 ‘즐겨라 대한민국’이 가능토록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사진(울산)= 김영구 기자 |
이란전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한국대표팀의 슬로건을 발표했다. 슬로건은 ‘즐겨라 대한민국’이다. 많은 의미가 담긴 적절한 문구다.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월드컵 우승경력이 있는 강호들만이 밟아본 8회 연속진출 고지에 오른 대한민국 축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확실히 ‘즐기는’ 축구다.
어차피 최종예선은 끝났다. 생산적이지 못한 소모적인 넋두리는 짧을수록 좋다. 이제 필요한 것은, ‘즐기는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브라질월드컵은 앞으로 1년 남았다. 사기 떨어진 선수들을 위해서도 불신이 커진 팬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도 빠른 수습이 필요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몫이 중요하다.
최강희 감독은 약속대로 떠날 것을 암시했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역시 후임 감독 선임이다.
선장이 없는 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암초에 걸려 수선할 곳이 많이 보이는 배다.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라앉게 마련이다. 한시가 급한 한국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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