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대상자와의 ‘교감’은 끝났다. 형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난 이튿날인 19일 오전 최강희 감독의 사임을 확정 발표한 축구협회는 오후에 곧바로 기술위원회를 열었고 허정무 부회장의 입을 통해 “늦어도 1주일 안에 차기 감독이 발표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발표만 없을 뿐 그가 누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결국 포스트 최강희는 홍명보 감독이 되는 분위기다. 지금 궁금한 것은 형식적인 ‘발표’가 아니다. 그 너머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축구협회의 약속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19일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국내감독’ 중 가장 유력한 후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으나, 어색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4명의 후보군이 있다”면서 기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후임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눈 가리고 아웅이나 속아줘야 했던 일이다.
결국 포스트 최강희는 홍명보였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과 교감을 나눴다”는 표현까지 썼다.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고사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 판단이 강했고 주위 시선도 그런 선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뀐 모양새다.
누군가가 나서서 홍명보 감독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느 시점부터는 진행됐었음을 의미한다.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는 공개하기 힘든 속사정이었을 것이다. 밀실행정이지만, 정상참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줄다리기가 얼마나 오래, 어떤 강도로 진행됐는지는 ‘형식적인 시간’이 지나면 공개되겠으나 어쨌든 ‘교감’ 속에서 마음이 바뀐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궁금한 것은 홍명보라는 이름의 발표가 아니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시작될 한국축구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제시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 필요하다. 사실 홍명보 감독이 언젠가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다는 것은 시기상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시기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012올림픽에서 ‘미라클 런던’을 성공시키기는 했으나 아직은 지도자로서의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본인을 포함한 여럿의 주장이었다. 무엇보다, 굳이 중간에 바통을 이어받아야할 이유가 없었다. 월드컵이 불과 1년 남은 시점에서 자신의 손이 타지 않은 팀을 맡아 본선에 나선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월드컵 8강, 아시안게임 3위 그리고 올림픽 동메달 등 승승장구하던 지도자 홍명보 커리어에 오점이 남을 수도 있다.
때문에 홍명보 시대는 ‘브라질 너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앞당겨졌다. 그만큼 안팎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대표팀은 흔들리고 있으며 그런 배를 잡아주기 위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홍명보 감독에게 양해를 구했을 공산이 적잖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기간을 비롯한 무엇을 약속 했는가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2014년 월드컵과 2015년 아시안컵의 성적을 바탕으로 2018년 월드컵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는 소문보다도 더 확실한 조건이 필요해보인다. 브라질 너머 러시아에서 열리는 2018월드컵까지 홍명보호를 향한 지원이 보장되어야한다.
지금 상황은, 홍명보 감독의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르는 바통 터치다. 언젠간 꼭 잡아야하고 잡고도 싶은 대표팀 지휘봉이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그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도전 쪽으로 마음을 굳힌 홍명보 감독에게 축구협
좋은 지도자 찾기가 좋은 선수 찾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있다. 선수시절도 그러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가 귀하게 공들인 축구인이다. 상황이 급해서 미리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함께 힘을 실어주는 작업이 병행되어야한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