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공격 본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독을 잔뜩 품고 때를 기다리는 독종이다.
경기를 하기도 전에 수비 연습으로 땀에 흠뻑 젖은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 사진=옥영화 기자 |
윤요섭은 부상으로 2군에서 시즌 초반을 보냈다. 그 사이 넥센에서 이적한 최경철이 이적하면서 백업 포수 경쟁 상대는 또 늘었다. 하지만 최근 LG의 포수 두 자리는 현재윤과 윤요섭이다. 윤요섭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 공격형 포수인 윤요섭의 타격 부진은 이어지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수비와 리딩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윤요섭은 프로 6년차다. 2008년 SK에 입단해 2010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장광호 배터리코치는 “윤요섭은 사실상 작년에 포수를 처음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75경기에 출장한 윤요섭은 타율 0.298을 기록, 타격에 재능을 발휘하며 46경기서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장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윤요섭이지만, 단점이 많은 포수였다. 포수 경력이 짧아 안정감이 떨어졌다. 미트질도 불안했고, 도루 저지율도 낮았다. 하지만 윤요섭은 “포수로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재밌다”며 즐겼다.
윤요섭은 팀 내에서도 독종으로 불린다. 연습벌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 시간을 모두 소화한 뒤 자아발전시간에 가장 늦은 시간까지 나머지 훈련을 했던 선수로 꼽힌다. 수비 위주의 훈련을 마친 뒤 나머지 시간에 타격 개인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공 잡는 위치 선정부터 미트질, 손 동작, 블로킹 모션, 송구 방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세밀하게 훈련에 전념했다. 윤요섭은 “시즌 전까지는 팔이 아플 정도로 던지는 훈련을 많이 했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쉼 없는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윤요섭의 올해 수비력은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미트질은 물론 도루 저지율도 급상승했다. 윤요섭은 “개막 이후에도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경기 전에도 일찍 나와 오직 수비만 생각하며 훈련을 했다”며 “수비가 잘 되면서 재미도 더 느끼고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의심하지 않았던 타격 부진이다. 윤요섭은 올 시즌 타율 0.167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시즌 7경기에 나섰던 타율과 같다. 지난해 3할을 바라봤던 타율과 비교해 뚝 떨어진 수치다.
김기태 LG 감독은 “윤요섭은 공격형 포수로서 자존심이 있는 선수다.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타율이 좋지 않을 뿐 타격은 올라올 것”이라며 “대신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고 있다.
윤요섭의 생각은 어떨까. 역시 수비가 먼저였다. 윤요섭은 “팀이 이기는데 수비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타격이 안되면 내 장점이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연봉도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팀이 이기니까 상관없다”고 개의치 않았다.
윤요섭의 속내에는 타격에 대한 자신감도 깊게 숨어있었다. 윤요섭은 “한 경기 잘 치는 것으로 내 자존심은 세워지지 않는다”며 “지금은 잘 쳐도 티도 안 난다. 팀 타선이 부진할 때 치려고 벼르고 있다”고 독을 품었다.
이어 윤요섭은 “김무관 코치님이 압박을 전혀 주지 않으셔서 마음은 편안하다. 내가 찬스 때 병살을 치거나 하진
독 품은 윤요섭은 지난 15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감을 확실히 잡았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으며 숨을 죽인 채 절치부심 기회를 노리고 있다. 폭발적인 LG의 타선이 잠잠해질 때다.
[min@maekyung.com]